美 대선주자 인물탐구〈6〉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바이든 재선땐 영향력 더 커져 안보 보폭 넓히며 차차기 겨냥 잦은 실언-낮은 지지율 걸림돌
“미국 노동자가 번영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하겠다.”
6일(현지 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를 찾아 노동계 지도자를 만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사진)이 지난해 4월 같은 곳을 방문했을 때 한 말이다. 그는 이곳에서 2021년 11월 시행된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의 성과를 설명하고 노동계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재선에 도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IIJA를 최고 치적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이자 미 대선의 핵심 격전지여서 대통령 대신 그가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 또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해리스 부통령이 2024년 대선의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2028년 대선에서는 직접 주자로 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그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감안할 때 해리스 부통령의 입지와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야당 공화당의 대선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 대사 또한 최근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찍으면 해리스 대통령을 뽑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 낮은 지지율에 軍 관련 행보 늘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군 관련 행사에 종종 얼굴을 비추고 있다. 지난달 27일 여성 최초로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연설자로 나섰다. 이틀 후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 지명자, 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와 기념촬영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그가 대통령직을 승계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해리스가 백악관 주인에 적합한 인물인가’라는 미 정계의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여성인 자신이 최고 권력자가 돼도 ‘군 통수권자(Commander-In-Chief)’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음을 강조하려 했다는 의미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도 관련이 있다. 4월 말 CBS 여론조사에서 그에 대한 긍정 평가는 43%, 부정 평가는 57%였다. 취임 2년을 맞은 올 1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조사에서도 호감도는 41%, 비호감도는 53%였다. 취임 초의 대중적 인기를 잃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집권 민주당 내에서도 그가 충분한 카리스마와 정치 역량을 지녔는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 잦은 실언으로 정치 역량에 물음표
낮은 지지율에는 취임 후 잦은 실언 등이 영향을 미쳤다. 2021년 6월 중남미 과테말라를 방문했을 때 불법 이민자를 향해 “미국에 오지 말라”고 해 논란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메시지와 다른 데다 ‘이민자의 딸’이 할 소리는 아니라는 비판이었다.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해선 “북한(Republic of North Korea)과의 동맹은 굳건하다”고 했다. 올 3월 ‘여성의 달’ 연설에서는 “역사상 역사를 만든 여성들을 기려야 한다”고 해 ‘놀라운 어휘 중복’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열악한 근무 환경, 소통의 어려움, 적은 진급 기회 등으로 부통령실 직원이 무더기로 사임한 적도 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