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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 하루가 바뀌어야 지구를 살린다”

입력 | 2023-06-06 00:00:00

탄소를 짊어진 청년들 그린피스, 빅웨이브,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미래세대의 짐을 탄소 형벌로 표현하며 국회의원들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집을 나설 땐 텀블러와 접이식 장바구니를 챙긴다. 샴푸와 세제를 살 때는 빈 용기를 가져가 내용물만 사서 담아오는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한다. 휴일엔 산책길을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여름철 바닷가에선 해변을 빗질하듯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비치코밍’을 즐긴다. 환경보호에 열심인 MZ세대를 뜻하는 ‘엠제코(MZ+에코)’ 세대가 친환경 소비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 여성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동아일보와 한국환경공단이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최근 1년간 환경부와 공단이 운영하는 녹색생활 분야 탄소중립포인트제 참여자 49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 33.1%가 20, 30대 여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탄소중립포인트제란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다. 2030 여성들의 참여율이 높은 활동은 회당 2000원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리필 스테이션 이용, 음식 배달 주문 시 다회용기 선택(1000원), 텀블러 쓰기(300원), 전자영수증 발급 받기(100원) 등이었다.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소소한 포인트 쌓는 재미를 즐기며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은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전 세계 MZ세대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지난달 발표한 ‘글로벌 MZ세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환경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10명 중 7명은 자가용을 타지 않거나 채식을 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며, 10명 중 6명은 지속가능한 제품에 추가 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어려서부터 기상 이변을 일상으로 체험하다 보니 기후위기를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나의 문제로 여기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출산과 육아를 앞둔 여성들은 환경위기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비는 돈으로 하는 투표 행위다. 친환경 제품에 지갑을 여는 MZ세대들을 의식해 의류업계는 재활용 섬유로 신제품을 만들고, 식음료 업계는 대체육 식품을 출시하며, 자동차 업계는 차량 내장재로 인조 가죽이나 식물성 소재 사용을 늘려 나가는 중이다. “나의 하루가 바뀌어야 지구를 살린다”며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젊은이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워 행동하게 하는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