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대규모 군사작전 개시” 우크라는 “대반격 아니다” 부인 美 “대반격 성공할 것… 계속 지원” WP “서방 무기 무장 부대가 앞장”
러시아 반정부 민병대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남동부 벨고로트주에서 러시아군 포로(가운데)를 생포한 영상을 4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트위터 캡쳐
우크라이나가 4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 2014년 러시아가 강제합병한 남부 크림반도 등에서 러시아군에 대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반대하는 러시아 민병대 또한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남부 벨고로트주에서 러시아군을 생포한 영상을 이날 공개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1년 4개월 만에 우크라이나가 사실상의 대반격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은 5일 “대규모 공세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반격’을 부인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분간 우크라이나 동부를 둘러싼 교전은 물론이고 판세를 둘러싼 양측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진흙탕 굳어 ‘지상 공습 유리’ 판단
CNN 등은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 등에도 드론 공격을 했다고 전했다. 벨고로트주에서는 반푸틴 민병대 ‘러시아의용군단(RVC)’이 러시아 병사 수십 명을 생포한 영상을 공개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 또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러시아 점령지 일부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대반격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 우리가 성공할 것을 믿는다”고 밝힌 데 이어 나왔다. 이에 영토 탈환을 위한 대반격에 돌입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지형 변화, 러시아군의 전력 약화 판단, 미국산 브래들리 장갑차 등 서방의 계속된 무기 지원 등에 따른 자신감 덕분으로 풀이된다. 특히 평원이 대부분인 동부는 흔히 ‘라스푸티차’로 불리는 진흙지대가 많다. 눈이 녹는 봄철에는 이 지역을 전차 등으로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땅이 굳는 여름철을 맞아 지상군 공격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다는 의미다.
● 러, 체첸군 투입 가능성 vs 美 “계속 지원”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관련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전세를 뒤집기 위해 체첸군을 투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자치공화국 지도자는 4일 텔레그램을 통해 “벨고로트주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잔인하기로 유명한 체첸군은 러시아가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을 점령할 때도 러시아군을 도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기지에서 훈련받은 우크라이나 탱크 부대가 반격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곳에서 훈련받은 우크라이나군 제47기계화여단이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부근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다며 “서방 무기와 노하우로 무장한 우크라이나 부대들이 싸움을 이끌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사회의 혼란 또한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4일 BBC는 침공 후 러시아를 떠난 사람이 최소 수십만 명에서 최대 수백만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대부분 의사, 변호사, 기술자 등 50세 미만의 전문직이라고 전했다. 고학력 노동자의 이탈은 러시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