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가파도 바다에 추락한 아이를 구한 최인찬씨. 최씨 제공
“바다로 날아간 아이를 찾는데 이미 어떤 분이 구해주시고 순식간에 사라지셨어요.”
지난 4일 오전 11시쯤 제주 섬 속의 섬 가파도 해안가 내리막에서 자전거를 타던 아이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3m 아래 바다로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때 슈퍼맨처럼 나타나 아이를 구한 이는 가파도 주민이자 시인인 최인찬씨(63)였다.
최씨가 약 200m 떨어진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군은 부둣가에 정박한 배에 부딪혀 바다에 빠진 뒤 배 밧줄만 간신히 붙들고 있었다. 수심은 약 3m로 일반적인 아이들 키보다 두세 배는 더 깊었다.
최씨는 무서움에 질린 아이 얼굴을 보자마자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상의를 벗고 곧장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이를 붙잡은 최씨는 떨고 있는 A군에게 “몸에 힘을 빼고 고개만 내밀면 된다”고 안심시킨 후 구조했다.
최씨는 “다행히 정박한 배가 멀지 않게 있어 마침 도착한 주민들과 구급대원들이 합심해 아이를 올려줬다”며 “사고가 난 내리막이 원래 경사 때문에 위험한데 아이가 바위 같은 곳에 부딪히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심장병과 척추협착 등을 앓는 터라 과격하게 움직이거나 물가에 급하게 뛰어들면 본인에게 위험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최씨는 “옛날부터 척추협착도 있고, 심근경색으로 2번이나 죽다 살아났다”며 “심장치료도 받고 있어 평소에 조심해야 하지만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 아이부터 구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고 웃었다.
A군 부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최씨를 수소문하기도 했다.
A군 어머니는 “아이가 빠진 후 순간적으로 바다를 봤을 때 떠 있는 아이 신발만 보였다”며 “너무 놀라서 가라앉았을 거라 생각하고 찾았는데 알고보니 이미 바다에 뛰어들어간 분이 아이를 구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에 대해 “당연한 일이고, 이게 전부”라며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손을 내저었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