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어머니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걷기 시작해 등산으로 35kg을 감량하며 블랙야크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완봉했다. 백두대간도 종주했다. 그리고 곧바로 대한민국 100대 섬&산 도전에 나섰다.
정용권 씨가 6월 6일 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둔산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정 씨는 6월 4일 백두대간을 종주한 뒤 바로 대한민국 100대 섬&산 도전에 나섰다. 정용권 씨 제공.
정 씨는 2021년 8월 7일부터 올 6월 6일까지 도전 기간 667일 만에 블랙야크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블랙야크 백두대간 종주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와 주요 봉우리 인증샷으로 인증을 해주고 있다. 정 씨는 “쉬는 날 대한민국 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의 삶”이라고 했다. 그는 이 모든 도전을 아내 인필선 씨(52)와 함께 하고 있다.
정용권 씨(왼쪽)가 아내 인필선 씨와 등산 도중 포즈를 취했다. 정용권 씨 제공.
당시 정 씨의 체중이 120kg 정도 나갔다. 그는 “아, 내가 무분별하게 살았구나. 정말 생각 없이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저녁때 허기진다는 이유로 밥 3공기에 맥주 4캔을 마시고 바로 자는 게 생활이었다고 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는 “가장 쉬운 게 걷기다. 처음엔 아파트 한 바퀴 도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다음 공원도 가고 마트도 가고…. 조금씩 늘려갔다. 어머니 돌아가신 게 내겐 인생의 전환점이다”고 했다.
1km에서 2km, 2km에서 5km, 5km에서 10km. 걷는 거리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걷기가 생활화가 됐다. 정 씨는 어느 순간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몸이 더 많이 걸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운동량을 계속 늘렸다. 그러다 보니 매일 10km 이상을 걷게 됐다”고 했다. 등산을 한 것도 몸이 반응해서란다.
정용권 씨가 백두대간 탄항산(충북도)에 올랐다. 정용권 씨 제공.
2020년 8월부터는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체력이 좋아지다 보니 한라산을 찾게 됐다. 한라산 7개 코스를 다 돌아봤다. 설악산도 12개 코스를 4, 5번에 걸쳐 훑었다. 산이 너무 좋아졌다. 온갖 나무와 꽃, 바위, 계곡, 능성 등 경관도 좋았다. 산과 하나 되는 느낌도 좋았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쾌감이라니…. 어느 순간 능선을 타는 맛을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산 전체의 맛까지 느꼈다. 그러다 산을 좀 체계적으로 타보자는 생각에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오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용권 씨가 두타산(강원도)에 올랐다. 정용권 씨 제공.
운동생리학적으로 강도 높은 훈련과 불완전 휴식을 반복하면 그 자체로 엄청난 체력을 소비하게 된다.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가 된다. 하지만 우리 몸은 어느 시간이 지나면 그런 훈련 상황에 적응하게 돼 에너지 소비량을 높이게 된다. 1시간 동안 10km 달리는 것보다 100m 인터벌트레이닝을 10회 하는 게 에너지 소비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산을 탄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솔직히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산을 탔으면 지금까지 못 왔을 겁니다. 일찌감치 포기했을 거예요.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걸었고 걷다 보니 산을 올랐고, 산이 좋아 산을 타다 보니 어느 순간 다이어트란 선물이 제게 와 있었습니다. 혹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걷은 것과 등산을 취미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살은 자연스럽게 빠집니다.”
정용권 씨(오른쪽)가 아내 인필선 씨와 포즈를 취했다. 정용권 씨 제공.
정 씨는 걷고 산을 타다 보니 살이 빠졌고 건강도 얻었다. 부부간의 정도 더 두터워졌다. 그는 “평생 아내와 함께 산을 타며 즐겁고 건강하게 살겠다”고 했다. 100대 명산 완봉 필증과 백두대간 종주 필증을 받은 정 씨 부부는 “이젠 100대 섬&산 완봉을 향해 함께 간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