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로 뇌파 측정해 졸음운전 방지 집주인 상황맞춰 조명 등 자동 작동 일상 곳곳 선제적 대응 기술 활발 정확한 구현 위해 맥락 데이터 필수… 개인정보보호-산업발전 균형 과제
돌도끼에서부터 생성형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 유용한 지식과 활동을 통틀어 기술(technology)이라 부른다. 기술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테크네(techne)’인데, 이는 인간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생산해내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기술은 사람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다.
도끼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듯, 도구로서의 기술은 늘 사람을 필요로 했다. 에어컨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까지는 더위를 느낀 사람이 직접 리모컨을 조정해 실내 온도를 낮추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기술의 역할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크게 확장되고 있다. 예컨대 에어컨이 사람들의 표정을 감지해 이들이 덥다는 것을 미리 알아채고 스스로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필요를 깨닫기도 전에 솔루션을 제공해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선제적 대응기술(Proactive Technology)’이라 부른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선제적 대응기술이 어느새 현실에서도 실현되고 있다. 선제적 대응기술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가장 먼저, ‘선제적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는 소비자의 집에 설치된 자사 제품을 모니터링해 스마트TV나 모바일 앱으로 알람을 보내는 기능을 선보였다. 세탁기 설치 상태가 올바른지, 에어컨 실외기가 가열되지 않았는지 등 핵심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사용자 편의를 높인다. 자동차업계에서도 선제적 정보제공 기술이 적용된다. 경기도 공공버스 운전기사들이 착용하고 있는 이어폰은 운전자의 피로도를 측정한 후 주의력이 떨어질 때 진동과 함께 경고음을 보낸다. 이어폰에 달린 센서가 귀 주변의 뇌파를 측정해 졸음운전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보행자가 있을 때 바닥 등에 조명이 들어와 운전자 주의력을 높이는 스마트횡단보도도 이런 기술의 일종이다. 동아일보DB
선제적 대응기술 시대에는 집주인의 활동 시간에 따라 알아서 조명이 들어오고 공기청정기가 작동된다. 동아일보DB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제공하는 선제적 기술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에 대한 맥락데이터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데이터가 있어야 이를 분석해 소비자의 상황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미리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다수의 기업들이 ‘매터(Matter)’라는 스마트홈 표준을 채택하기로 합의한 것도 데이터에 기반한 선제적 대응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데이터 확보 외에도 풀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이슈는 사전에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데이터로 수집된다면 사람들은 불쾌함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낄 수 있다. 선제적 대응기술의 발전을 위해서 소비자 편의, 개인정보 보호, 산업 육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