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통일부 등 부처의 차관을 대거 교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교체되는 차관 자리에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맞은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서 “공무원들이 새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면 과감히 인사 조치하라”고 말했다. 발언 직후 탈원전 정책 폐지에 부응하지 못해 경질된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자리에 강경성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이 임명됐다. 앞으로 있을 차관 인사에서도 이 방식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는 국정 운영의 고삐를 죄는 것이 필요할 때 보통 장관을 먼저 교체하고 그에 따라 차관 실장 국장 등을 잇달아 바꿨다. 장관에게는 부처를 운영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국정 기조에 맞춰 부처를 장악하는 것도 장관의 일이고 부처를 장악하지 못해 책임을 지는 것도 장관의 일이다. 장관은 그대로 두고 차관만 바꿔 비서관을 임명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실과 차관 사이에서 장관은 과잉의 존재로 여기며 비서관이 직접 차관으로 가면 국정이 더 잘될 것으로 본다는 뜻으로 비친다.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자 이관섭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중심으로 장관 대행 차관과 협의해 행안부를 운영할 것을 지시했다. 참모 중심의 부처 운영은 적절하지 않다. 헌법에 따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부서권을 갖는 대신 그 행사에 대해 진퇴로 책임을 지는 장관이나 장관 대행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국정 운영의 고삐를 죄고 싶다면 실무를 몰라 부처 장악력이 떨어지는 무능한 장관부터 바꾸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