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혁신위원장에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임명했지만 이 이사장은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면서 임명 9시간여 만에 사퇴했다. 이 대표 오른쪽은 박광온 원내대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당 혁신위원장에 임명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불과 9시간 만에 사퇴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최근까지도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한 미 패권세력’ ‘코로나19 진원지는 미국’ 등 근거 없는 음모론적 발언을 해 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전쟁 범죄자’로 몰아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많은 인사를 임명한 민주당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가 유감스럽다.
이 이사장의 발언도 그렇지만 폐쇄적인 인선 절차도 문제다. 이 대표는 임명 하루 전날에야 지도부 인사들에게 인선 내용을 알렸다고 한다. 추천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거의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뒤늦게 “도대체 누구냐”며 수소문하는 일이 벌어졌고, 그의 과거 소셜미디어 발언이나 언론 기고문조차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 당 지도부가 임명 직후엔 이 이사장을 옹호하다가 뒤늦게 발을 빼면서 허둥댄 배경이다. 밀실에서 이뤄진 독단적 의사 결정이 부른 혼란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친형 강제 입원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자 이 이사장은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올 2월엔 “까면 깔수록 이재명은 깨끗하고 윤석열은 더럽다”며 이 대표를 적극 옹호했다. 혁신위원장이 당내 계파 갈등을 추스르고 당 쇄신을 하기 위해선 비주류 진영도 수긍할 만한 신망과 중립적 성향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 ‘호위무사’로 비치는 인사에게 민감한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 해결의 전권을 주겠다고 했으니 비명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자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