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남산 등 기존 관광코스 탈피 북촌-성수동-한남동 골목상권 순례 빵집 2시간 대기줄… 절반이 외국인 SNS 인증샷 명소도 많이 찾아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핸드크림 매장은 물건을 둘러보거나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송은석 silverstone@donga.com·최원영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라길래 꼭 와보고 싶었어요.”
일본인 관광객 사토 사쿠라 씨(26·여)는 지난달 31일 낮 12시 반경 서울 종로구 북촌 골목길에 있는 40석 규모의 베이글 가게 앞에서 2시간 동안 순서를 기다렸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지만 명동에는 안 갈 생각”이라며 “비빔밥, 불고기 같은 음식은 일본에서도 먹을 수 있어 한국 젊은 여성들이 가는 ‘쿨한 곳’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전날에는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명소로 자리 잡은 성동구 성수동을 다녀왔다고 했다.
● “한국 MZ세대 다니는 쿨한 곳 갈래요”
명동 등 전통적인 외국인 관광 명소나 한식 맛집 대신 MZ세대가 몰리는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트렌디함’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온 관광객들이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소개된 젊은이들의 명소에 몰리는 것이다.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 골목에 위치한 베이글 가게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송은석 silverstone@donga.com·최원영 기자
특히 젊은 일본 여성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용산구 한남동 등 최근 떠오른 신종 골목 상권까지 꿰뚫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북촌 골목에서 만난 한 20대 일본인 여성은 “한국 유튜버의 브이로그 영상에서 인기 도넛 가게, 스콘 가게, 소품 가게 등을 ‘위시리스트’로 저장해놓고 방문했다. 이른바 ‘성지순례’를 하는 셈”이라며 웃었다.
● SNS, 유튜브 통해 실시간으로 유행 파악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포토존도 바뀌고 있다. 5일 오후 성수동의 한 케이크 가게 건너편에선 아시아 국가 관광객들이 높이 5m에 이르는 빨간색 외벽을 배경으로 줄지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SNS에서 ‘인증샷 명소’로 불리는 곳이다. 한 핸드크림 브랜드의 강남구 신사동 매장도 세련된 매장 디자인으로 외국인이 즐겨 찾는 포토존으로 떠올랐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국이 트렌드의 첨단을 달리는 곳으로 여겨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가이드북 대신 유튜브, SNS 등을 통해 한국의 진짜 유행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동선이 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