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오염수 상반된 평가에 국민 혼란 가중 정부, 과학적 평가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해야 日도 방출 방사능 줄이려는 노력 필요하다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 계획을 두고 연일 논란이 뜨겁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런던협약이나 국제원자력기구 총회에서 해양방출 계획에 우려를 표명하고 일본 측에 재고를 촉구했던 정부가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직후 시찰단을 파견하니 이미 해양 방출을 수용하고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오염수 해양방출에 대한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는 사이에 관련 전문가들이 다양한 주장을 쏟아내 우리 국민은 혼란스럽다.
한쪽에선 오염수 해양방출이 국제법 위반이고 전 세계 해양생태계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하며,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은 아직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또 위험한 수준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제로 리스크’가 불가능한 오염물질을 얘기하면서도 허용할 수 있는 수량이나 농도에 관한 얘기는 찾아보기 어렵고, 지금도 전 세계 원전에서 바다로 방출하고 있는 액체방사성폐기물은 놔두고 왜 오염수 해양방출만 막아야 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반대쪽에선 영향이 국제기준보다 훨씬 낮아 과학적으로 안전하니 안심하라 하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은 비과학적인 괴담으로 치부하여 일축한다. 미국 사고원전의 오염수 폐기에 사용되었던 수증기 방출은 대기오염을 유발하니 적절치 않고, 해양방출이 가장 안전하다는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진 않는다. 어떤 외국인 전문가는 오염수를 마셔도 된다고 주장하다가 초청 기관에서 해명 자료를 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우선 정부는 사고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 폐기 방안으로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 설명하고, 일본이 계획하는 해양방출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한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해수의 방사능 농도나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북동 대서양 환경 보호를 위해 유럽국들이 정한 기준농도 또는 국제기구가 권고한 참조준위 미만이라도 유엔해양법에 위배되는지, 지금까지 런던협약에서 육상 원전에서의 액체폐기물 해양방출을 협약 적용 범위가 아니라고 해석했던 근거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만일 해양방출이 정당한 오염수 폐기 방안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일본 측에 다른 대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해양방출을 정당한 오염수 폐기 방안으로 볼 수 있고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출이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우리 국민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한 후 그 의미를 설명하고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연간 0.01mSv(밀리시버트) 이하의 방사선 피폭은 국제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무시할 수 있는 위험수준에 해당하고, 런던협약에서 해양 투기를 금지하는 방사성폐기물 여부를 평가할 때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잠재영향이 기준을 초과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일본 측에 다른 대안을 찾도록 요구해야 한다.
우리 국민에 대한 잠재영향이 허용 기준 이하이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미미해도 정부는 장기간 실제 영향이 예상 수준보다 낮게 유지됨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 검증단에서도 기준치 만족 여부에 대한 과학적 평가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참여 및 공중협의’를 주요 점검 분야로 심층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준치 이하에서도 사회적 수용성 확보 노력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이 맥락에서 아무리 낮은 수준이라도 사회적 이득 없이 원치 않는 영향을 감내해야 할 우리 국민의 입장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일본 측에 촉구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농도가 높은 오염수를 좀 더 오래 저장해 가능한 한 방출 방사능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선 수산업계 피해 가능성을 괴담으로 간주하지만, 오염수가 방출되면 ‘인지위험’으로 인한 소비 감소로 불가피하게 국내 수산업계에 손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예산을 미리 확보하고 명확한 보상기준을 수립해 두어야 한다. 실행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좀 더 필요하겠지만, 우리 수산업계가 손해를 입으면 원인을 제공한 일본 측에 소위 ‘풍평피해’ 보상을 직접 요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해양방출에 따른 예상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수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잠재영향을 지나치게 과장하면 결국 우리 수산업계의 손해를 키우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 유의해야 한다.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