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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의 사談진談]사진기자가 뷰파인더 너머까지 봐야 하는 이유

입력 | 2023-06-07 03:00:00

고공농성장에서 금속노련 간부와 경찰이 충돌하는 모습을 두고 언론들은 각자의 성향에 맞는 장면을 골라 보도했다. 전남경찰청·한국노총 제공

송은석 사진부 기자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의 김준영 사무처장이 7m 높이의 철제 구조물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도중 경찰과 충돌했다. 김 사무처장은 크레인을 타고 농성장으로 접근하는 경찰에게 정글도를 휘두르거나 쇠파이프를 내리쳤다. 경찰도 진압봉으로 대응했고 김 사무처장은 피를 흘리며 끌려 내려왔다.

이 장면은 각각 전남경찰청과 한국노총 측에 의해 다른 버전의 영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언론들은 각자의 성향에 맞는 장면을 사진으로 캡처해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피 흘리는 김 사무처장의 모습을 강조했고, 다른 언론은 김 사무처장이 휘두르는 칼에 초점을 맞췄다. 한날한시에 일어난 사실을 두고 언론사의 프레이밍(framing)에 따라 행동 주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 프레이밍이란 어떤 사실을 둘러싼 다양한 시점 중 특정 관점으로 해석한 뒤 일정한 틀에 맞춰 보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같은 사진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적용된 사례도 있었다.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가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두고 정치권과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었다. 해당 사진은 계엄군과 광주 시민들이 대치하는 모습을 군의 등 너머로 촬영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야당과 진보 성향의 누리꾼들은 계엄군의 시선으로 본 민주화 운동이냐며 반발했고 논란이 커질 것을 염려한 보훈처는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그러나 그 사진은 5·18기념재단에서 직접 제공한 것이며 직전 정부에서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했던 사진이다. 그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사람들은 같은 사진이라도 머릿속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해석을 붙인다. 언론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독자들도 프레이밍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을 보여주는 보도 사진도 뉴스 생산자와 독자의 성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곤 한다. 사진기자도 현장에 갔을 때 주관에 휘둘릴 수 있다. 사각의 틀 속에서 주제를 정하고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지 취사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현장에서 객관성을 가지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뉴스 생산 과정에서 편집돼 최종적으로 지면에 반영되기 전 1차 생산자인 사진기자는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사진기자들 중 뷰파인더를 볼 때 두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이 많다. 뷰파인더 안에서만 일어나는 모습에 치우치지 않고 밖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끊임없이 시선을 돌리기 때문이다.

또한 보도사진의 독자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은 기록성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지면에 사용되지 않더라도 기자가 촬영한 사진은 그 자체로 역사의 자료가 된다. 처음 사진기자를 시작하던 시절 선배 기자가 ‘현장에 나가면 360도를 담으라’고 가르쳐 준 이유다. 앞서 있었던 광양제철소 현장에 사진기자들이 있었다면 당연히 양측 장면을 모두 카메라에 담았을 거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편 기자가 촬영한 사진으로 진실이 왜곡되는 건 아닌지 늘 주의한다. ‘정보 과잉의 홍수 속에서도 사진이 제일 자극적’이라는 수전 손태그의 말처럼 잘못된 프레이밍에 휘둘린 애꿎은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

역사를 바꿨던 사진 중 AP 사진기자 에디 애덤스가 1968년 촬영한 ‘사이공식 처형’도 잘못된 프레이밍의 대표적인 사례다. 남베트남 군인이 셔츠 차림의 베트콩을 길거리에서 권총으로 즉결 처형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이 충격적인 사진으로 미국에서는 반전 여론이 들끓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남베트남 군인은 악인, 피해자는 애꿎은 서민이라는 이미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사살당한 남자는 남베트남 장교의 집에 침입해 그의 아내와 다섯 명의 자녀, 80세 노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전투원이었다. 즉결 처형을 집행했던 군인은 전쟁에서 패배한 뒤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평생을 잔인한 살인마로 비난받았다.

“그는 베트콩을 죽였고, 나는 그를 카메라로 죽였다. 사람들은 사진을 믿지만, 사진은 조작하지 않아도 거짓말을 한다. 사진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십수 년이 지난 뒤에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고백한 애덤스의 말이다.




송은석 사진부 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