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재복이란 단지 돈이 많은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돈이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의 비율을 말하는 것이라고, 따라서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그것보다 더 많이 쓴다면 그건 재복이 없는 것이라고 고전 연구가 고미숙은 2014년 말 한 세미나에서 말한 적이 있다.
‘돈의 심리학’ 저자 모건 하우절 역시 비슷한 말을 한다. 부유함(rich)과 부(wealth)는 다르다는 것이다. 부유함은 수입이 많은 것과 관련이 깊지만, 부는 수입 자체보다는 당장 쓰고 싶지만 미래를 위해 쓰지 않은 돈이 있는지와 관련 있다. 따라서 수입이 아주 많은 부자가 아닐지라도 돈을 아껴 미래를 위해 남겨 놓는 사람은 자기만의 부를 축적하고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크게 바뀐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경제적 독립 역시 자신이 갖고 있는 해석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경제적 독립을 몇억 원을 모은 뒤 빨리 은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일정 목표 금액을 모으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목표 액수를 모았고, 하고 싶지 않던 일을 그만둘 수 있게 되었는데,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직업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돈과 교환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상태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직업을 직장에 소속되어 직책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며 삶을 살아간다. 후자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명함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직장을 나오면 경제생활이 힘들다고 생각하며 실제 그런 삶을 살아간다. 반면 전자로 해석한 사람들은 직장에 소속되어 있건 아니건 간에 자신만의 기술을 만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기에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자기만의 경제생활을 해 나갈 자신감을 얻는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든 아니든 어차피 똑같은 연봉을 준다고 해석하는 사람은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게 된다. 이들은 연봉이 자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반면 자신의 가치가 조직에서 받는 연봉보다는 자신만의 기술로 벌어들일 수 있는 경제적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직장을 다니는 동안 단지 직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고, 연습하고, 시도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직장을 나오면 수입이 급감하게 되고, 또 어떤 사람은 직장을 나오더라도 수입을 일정 수준 유지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시간을 포도주처럼 해석한다. 풍부한 자원이거나 지금은 없더라도 은퇴하면 시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젊을 때와 은퇴 후 시간은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과 가능성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이들은 “나중에”라는 말을 자주 하며 언젠가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시도하지 않는 일을 나중에 정말 할 수 있을까?
반면 어떤 사람은 시간을 유통기한이 있는 우유처럼 해석한다. 이들은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미루지 않고 바로 시도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저자이자 의사인 아툴 가완디는 30세의 뇌는 두개골을 꽉 채우지만 70세가 되면 두개골 안에 거의 2.5cm 되는 공간이 생기며 계획과 판단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가 뇌에서 가장 먼저 수축되고, 건강한 60세의 망막에 도달하는 빛은 20세 때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준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