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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서 살아남자” 꿈마저 쌍둥이… “우승은 양보 못하죠”

입력 | 2023-06-07 03:00:00

쌍둥이 골퍼 김아로미-새로미 자매
코스공략-자세 서로 조언자 역할
병 나 경기 빠진 언니, 동생 캐디로
1부 전경기 함께 뛰는게 1차 목표



쌍둥이 자매 김아로미(왼쪽)와 새로미가 5일 경기 안성시 신안컨트리클럽에서 아이언샷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유일한 쌍둥이 골퍼다. 자매에게 서로의 단점을 묻자 김아로미는 “새로미는 집중력이 부족해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고 했고, 김새로미는 “언니는 너무 모범생이라 가르쳐 주는 것을 100% 똑같이 하려고 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안성=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김아로미, 새로미 자매(25)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유일한 쌍둥이 골퍼다. 5일 경기 안성시 신안컨트리클럽에서 만난 쌍둥이 자매는 가장 재밌었던 일화를 꼽아 달라고 하자 2018년 6월 열린 드림(2부)투어 5차전 1라운드를 떠올렸다. 자매가 골프채를 처음 잡았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한 유일한 날이었다.

30초 차이로 동생이 된 김새로미는 “언니와 같이 경기를 한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웃겨서 대회장에서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며 “집중을 못 해서인지 1번홀 티샷을 토핑(공이 뜨지 않고 구르는 샷)해 둘 다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앞으로도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한다면 내 샷보다 언니 샷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집중을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키(171cm)까지 같은 자매는 골프는 물론이고 수영, 자전거도 함께 시작해 배웠다. 하지만 2017년 나란히 KLPGA 정회원이 된 뒤에는 같은 무대에서 뛴 적이 별로 없다. 언니는 2018년 2부투어에서 뛰다 2019년 1부투어에 데뷔했지만 이듬해 다시 2부로 내려갔다. 동생은 2019년 2부투어 활약을 바탕으로 2020년 1부에 데뷔했다. 지난해 자매가 모두 1부로 올라오면서 처음으로 투어에서 함께 뛸 기회를 잡았다. 4개 대회를 같이 뛰었지만 갑상샘 항진증 진단을 받은 언니가 병가를 내고 투어에서 이탈했다. 김아로미는 “진단을 받고 한 달간 근육이 8kg 빠졌다. 어드레스 때 다리가 떨려 골프를 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프로가 된 뒤 동생과 같이 1부에서 뛴 적이 없어 지난 시즌을 앞두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정말 아쉬웠다”고 했다.

김아로미는 대신 동생의 골프백을 멨다. 동반 플레이는 하지 못했지만 동생 골프백을 메고 투어 무대를 같이 다녔다. 김아로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8개 대회에서 동생의 캐디백을 멨다. 경기를 하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소중한 추억이 됐다”고 했다. 올해 건강을 회복한 김아로미는 이번 시즌 투어에 복귀해 8개 대회에 출전했다.

어릴 때부터 방을 함께 쓰고 있는 자매는 같이 출전한 대회에서는 조언자 역할을 한다. 경기 전 연습 때 서로의 자세와 샷을 봐주며 보완할 점 등을 이야기해 준다. 김새로미는 “대회 전 야디지북(대회장 코스가 그려진 책)을 보면서 코스 공략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며 “대회가 끝난 뒤에도 대회에서 좋았던 점과 보완해야 할 점, 홀 공략법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홀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골프에서 쌍둥이 자매는 서로가 든든한 존재다. 김아로미는 “서로가 성격과 장단점을 잘 아는 데다 같은 프로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연습장이든 대회장이든 항상 서로를 의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매의 올해 목표는 ‘함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아로미는 “올해 상금 랭킹 60위 안에 들어가 내년에도 동생과 같이 1부에서 뛰고 싶다”며 “2부에서 우승을 해봤으니 1부 우승도 자신 있다”고 했다. 조건부 시드로 1, 2부를 함께 뛰고 있는 김새로미는 “프로 데뷔 후 우승 경험이 없다. 2부에서 먼저 우승을 해보고 싶다”며 “1부 풀시드를 받아 내년엔 언니와 1부의 모든 대회장을 함께 누비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매도 우승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대회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할 때는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김새로미는 “(우승을) 양보하는 것이 서로를 위한 일이 아닐 것 같다”며 “둘 다 잘했는데, 둘 중 더 잘한 사람이 우승을 하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성=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