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 스위스-伊-美 합작 공장 설립에 2017년 이후 최대 보조금 투입 EU, 2030년까지 60조원 지원법
프랑스 정부가 반도체 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글로벌파운드리가 자국에 신설하는 공장에 29억 유로(약 4조 원)를 지원한다. 프랑스 정부의 반도체 투자로는 5년 만의 최대 규모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둘러싸고 생산 우위를 점하려는 세계 주요국 정부의 보조금 경쟁이 거세다.
5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장관은 이날 프랑스 서남부 그르노블 인근 크롤에 들어설 반도체 공장에 2017년 이후 가장 큰 정부 보조금을 투입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위스·이탈리아 기업으로 차량용 반도체 강자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가 함께 설립하는 공장이다. 건설에 총 75억 유로(약 10조 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4월 EU가 시행하기로 합의한 반도체법에 따르면 2030년까지 430억 유로(약 60조 원)를 공공 또는 민간 투자에 지원한다. 전기차, 인공지능(AI) 등으로 역내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수급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도다. EU는 세계 반도체 시장 공급망 점유율을 기존 9%에서 2030년 2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프랑스 정부는 크롤 공장 신설로 EU 점유율이 2028년 약 6%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보조금에 힘입어 반도체 공급망의 이동도 가시화되고 있다. 구마모토현에 대만 TSMC 공장이 들어서고 있는 일본은 미국 마이크론의 5000억 엔(약 4조6800억 원) 규모 차세대 D램 생산시설도 유치했다. 보조금 2000억 엔(약 1조8700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최근 영국 ARM과 파운드리 동맹을 맺었고 TSMC도 독일 드레스덴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