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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야 사는 시대, 실패를 잊은 남자

입력 | 2023-06-07 03:00:00

키움 김혜성, 14번 뛰어 14도루
탁월한 판단력으로 성공률 100%
타율-최다안타-득점도 팀내 선두
공수주 모두 펄펄, ML도 주목



키움 김혜성은 6일 현재 이번 시즌 1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 중 유일하게 도루사나 주루사가 없는 선수다. 그는 이날 LG전에서도 도루 한 개를 추가해 시즌 14개로 이 부문 선두를 유지했다. 사진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 베이스를 터치하는 김혜성. 키움 제공


올해 염경엽 감독 부임 후 ‘뛰는 야구’를 내세운 프로야구 LG는 6일까지 10개 팀 중 가장 많은 100번의 도루를 시도했다. 가장 많은 59개의 도루를 성공시켰지만 도루사 역시 41개로 최다였다. 도루 성공률이 59.0%밖에 되지 않는다.

도루 성공률이 가장 높은 팀은 키움이다. 도루 시도는 10개 팀 중 9위인 26번밖에 되지 않는데 그중 23번을 성공해 88.5%의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일반적으로 도루는 성공률이 70% 정도 되면 시도해 볼 만하다고 보는데 키움은 이를 훌쩍 넘는다. 키움의 성공률 높은 도루 중심엔 발 빠른 내야수 김혜성(24)이 있다.

2021시즌 베이스를 46차례 훔쳐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김혜성은 6일 LG와의 경기에서 3회초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올 시즌 14번 시도한 도루에서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성공률 100%를 이어갔다.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혜성은 “도루는 첫발을 떼는 스타트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매년 겨울훈련 때 순발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코치들은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1.3초 안에만 포수 미트에 들어오면 주자의 스타트가 아무리 빨라도 도루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도루 저지는 포수보다는 투수한테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린라이트(벤치의 지시가 없어도 주자 스스로 판단해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권한)를 갖고 있는 김혜성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경기 당일 내 몸 컨디션을 확인하고 상대 팀 배터리의 움직임도 유심히 관찰한다. 몸 상태가 괜찮다고 판단되는 날에는 적극적으로 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득점이나 작전 수행 등 다른 플레이를 더 잘하려고 준비한다”고 했다. 또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하면 공격의 맥이 끊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팀과 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살 수 있다는 판단이 들 때 도루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김혜성의 개인 통산 도루 성공률은 85.9%(198번 시도해 170번 성공)에 이른다. 올 시즌뿐 아니라 다른 해에도 무척 높았다. 도루 1위에 올랐던 2021년엔 50번 시도 끝에 46번 성공해 92.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도루 성공률이 가장 낮았던 2020년에도 성공률은 75.8%였다. 김혜성은 “도루에 성공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이 있다. 예전에 비해 도루의 가치가 낮게 평가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때까지 열심히 뛸 것”이라고 했다.

2루수로 나서고 있는 김혜성은 도루뿐 아니라 타율(0.308)과 최다안타(64개), 득점(36개) 등에서도 팀 내 1위다. 홈런은 2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그중 하나가 4일 SSG전 8회초에 나온 결승 솔로포였다. 김혜성의 이 홈런 덕에 키움은 4-3으로 이기며 올 시즌 SSG와의 경기 8전 전패 끝에 첫 승을 거뒀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도 공격과 수비, 주루 능력을 고루 갖춘 김혜성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혜성은 “MLB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작년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