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6.2/뉴스1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의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 판정 여부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정유정이 잔혹 범죄를 저지른 만큼 사이코패스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유정이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아 형량이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지만, 사이코패스이더라도 추후 재판에서 감형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정유정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한 결과 사이코패스 판단 기준인 25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쇄 살인범 강호순이 받은 27점보다 약간 높은 점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점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정확한 점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추후 검찰 수사 등을 거쳐 ‘정유정은 사이코패스’라는 결론이 명확해지더라도 재판에서 감경 사유로 참작되지는 않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 설치된 대법원 깃발. 2018.9.6/뉴스1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도 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정유정의 과거 행적, 행동 성향이나 사건 개요를 기재할 때 설명 차원에서 사이코패스 내용을 포함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이 형량을 늘리는 요소로도 적용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고인의 사이코패스 여부는 양형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범인의 범행 동기를 더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용도”라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나 보호관찰 명령에도 영향을 주는지도 명확히 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점수만으로 흉악범을 판단하는 행위는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령 정유정이 지난 2일 경찰청 포토라인 앞에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심신미약성이 의심되는 주장을 계속해서 펴더라도 범죄의 잔인성 등에 따라 감경 사유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18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심신미약자에 대한 필요적 감경규정이 임의적 감경규정으로 개정됐기 때문이다. 즉 심신미약자의 감경 내용이 기재된 형법 제10조의 2항이 ‘심신장애로 인한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에서 ‘형을 감경할 수 있다’로 바뀌었기 때문에 재판부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정현우 법무법인 비츠로 변호사는 “정유정이 재판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 심신미약 주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사이코패스 여부를 떠나 흉악 범죄를 저지른 정유정의 경우 사전에 미리 계획한 범행인 점과 수사 단계에서 거짓말을 한 행위 등을 고려하면 중형이 선고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현재로서는 정유정의 ‘살인해보고 싶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범행 동기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정유정이 경찰에 여러 차례 거짓 진술한 점 등을 보면 혼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범죄 시나리오를 작성해 본인이 감독, 주연, 조연을 맡는 등 각종 환상에 빠져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