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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배 생각 안 나”…美 인기 비만약 먹자 나타난 의외의 효과

입력 | 2023-06-07 16:32:00

게티이미지뱅크


당뇨병 치료제이자 체중 감량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 오젬픽(Ozempic)이 술·담배 등 중독성 행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례가 보고돼 주목을 받고 있다.

CNN은 최근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를 성분으로 하는 약물 오젬픽이 당뇨병과 비만 치료뿐 아니라 사람의 중독 행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사례들이 보고돼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체리 퍼거슨이라는 한 여성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체중이 늘어나며 당뇨 전조 증상이 나타나자, 살을 뺄 목적으로 비만 치료 약물 ‘오젬픽’을 투약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오젬픽’이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그녀는 11주간 오젬픽을 투여해 약 17kg을 감량할 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변화는 따로 있었다. 그녀는 수년간 노력했음에도 끊을 수 없었던 담배를 피지 않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퍼거슨은 과거 술집에서 축구 경기를 보면서 여러 잔의 맥주를 마셨지만, 오젬픽 투여 후에는 맥주 한 잔으로 만족하게 됐다고 한다.

퍼거슨의 사례처럼 오젬픽이나 이와 유사한 성분의 약물을 투약한 후 중독 증상이 완화됐다는 사례가 여럿 보고되자 전문가들은 관련 연구 진행에 나섰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체중 및 섭식 장애센터는 세마글루티드 성분이 장기적으로 식욕 등 욕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마글루티드를 투약한 참가자들이 ‘더는 술에 관심이 없고, 마시고 싶지 않다’는 등의 말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실제 설치류에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하자 알코올 섭취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장뿐만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로렌조 레지오 박사는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미치면서 음주에 따른 보상 효과를 줄이고, 결국 술을 덜 찾게 만드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레지오 박사팀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술·담배 등을 넘어 미국 내 사회문제 중 하나인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연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월간지 디 아틀란틱은 오젬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손톱 물어뜯기나 인터넷 쇼핑 같은 중독적 행동을 멈추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오젬픽을 개발한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에선 관련 연구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코올 중독 치료 등에 대한 약물의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