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60〉만두의 맛
영화 ‘음식남녀’에서 요리사인 주 선생은 딸들에게 먹일 만두를 정성껏 빚는다. 케이알씨지 제공
리안 감독의 영화 ‘음식남녀’(1995년)에서 요리사인 주 선생은 딸들에게 먹일 저녁 메뉴로 만두를 준비한다. 조선시대 시골 선비 이응희(1579∼1651)는 며느리가 빚은 만두로 아침을 먹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
‘예기(禮記)’에선 “음식과 남녀 간의 일에는 사람의 큰 욕구가 존재한다(飮食男女, 人之大欲存焉)”고 했다.(‘禮運’) 영화 ‘음식남녀’의 제목은 이 구절에서 온 것이다. 영화에서도 주 선생이 밀가루 반죽을 치대 피를 만들고 다양한 재료를 다져 소를 준비한 뒤 만두를 빚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만두는 장성한 딸들과 거리가 생긴 주 선생처럼 외면당하거나 버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주 선생이 남몰래 마음에 둔 딸 친구와의 사랑을 암시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영화가 욕망의 측면에서 음식과 남녀 문제를 병렬시킨다면, 시는 순수한 식욕 측면에서 만두 자체에 집중했다. 시인은 며느리가 정성껏 빚은 만두의 맛을 음미하며 한 그릇 비운 뒤 포만감을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먹는다는 것만으론 시적 감성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이 시는 의도적으로 먹는 행위에 방점을 찍어 한시의 주제와 표현 방식에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먹는다는 것이 주는 원초적 마력이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