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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도 “국채 투자”… 올해 채권개미 16조 매수

입력 | 2023-06-08 03:00:00

금리 정점론에 채권투자 전성시대




스타트업 2년 차 직장인 윤모 씨(27)는 올해 4월 증권사 모바일 앱을 통해 3000만 원을 2019년 발행된 20년 만기 장기채 ‘국고채 19-6’에 투자했다. 윤 씨는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은 투자자산을 찾던 중 지난해 말 처음 장기채에 200만 원을 투자했는데 3개월 새 연 환산수익률이 10%를 넘긴 것을 보고 추가 투자를 결심했다”며 “최근에는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통해서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커지면서 채권에 투자하는 이른바 ‘채권개미’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3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향후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올라 이자수익과 함께 매매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 채권투자 전성시대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이달 5일까지 16조4326억 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9371억 원)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4월에는 4조2479억 원으로 역대 최대 월간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에도 3조788억 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달 들어 5일까지 4506억 원어치 채권을 사들였다.

올해 들어 채권 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올해 1∼4월 삼성증권에서 국채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7895명으로 전년 동기(132명) 대비 59배 넘게 급증했다. 국채 총 매수금액은 2000억 원에서 1조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5억3000만 원이었던 1인당 평균 국채 투자액이 올해 1억6000만 원으로 줄었고 국채 매수지역(국채 매수자의 주소지)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모바일 앱 등을 이용한 온라인 투자 확대로 채권 소액투자가 확산됐다”며 “50대 이상 액티브 시니어들이 국채 투자 열풍을 선도하고 있고 채권에 관심이 없던 20대들도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채권 중에서도 30년 이상 초장기채를 주로 담고 있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낮아지면 초장기채의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른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0년부터 발행된 모든 국고채 30년물이 지난달 개인 채권 순매수 상위 20위 내에 포함됐을 정도로 국고채 30년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 장기채 ETF에도 뭉칫돈

국내외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만기가 20년 이상인 미국 장기채 편입 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국채 3X(TMF) ETF’는 6일 기준 서학개미들이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이 순매수(2억1527만 달러·약 2800억 원)한 종목으로 꼽혔다. 만기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20년+ 국채 바이라이트 ETF’(5579만 달러)’도 순매수 3위에 올랐다. KB자산운용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듀레이션(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의 가중평균만기) 10년 이상인 국내 장기채 ETF를 190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다만 아직 미국 기준금리 방향성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또 금융감독원은 채권 투자 시 발행 국가와 경제 상황 등에 따른 환율 변동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