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 빨간불] 美-日, 민관 협력 전담조직 운영 獨, 관련 협회서 경제기밀 지침 제정 “韓도 범부처 컨트롤타워 마련을”
해외 기술 선진국들과 달리 국내에는 ‘산업 보안’을 전담하는 컨트롤타워가 마련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관련 부서들에 산재된 기능들을 통솔할 수 있는 전담 조직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핵심 산업 기술 유출 행위를 ‘경제 스파이’로 규정하고,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통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연방 정부와 민간 산업계가 파트너십을 맺고 1993년 발족한 ‘국가 산업 보안 프로그램(NISP)’이다. 관련 행정명령에 따르면 NISP는 ‘산업 내 기밀 정보 보호를 위한 단일하고 통합된 시스템’으로 정의된다. 정부와 민간을 대표하는 NISP 위원회가 보안 점검 및 교육, 계약 체결, 자동화 시스템 등 산업 안보 전반에 걸친 세부 사안을 다루며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 정부 기관이 이 매뉴얼에 따라 연계 대응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정부 관료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돼 2002년 발족한 ‘지적재산전략본부’를 통해 해마다 국가 지식재산 전략의 기본 방침과 세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있어 관련 현안에 따라 시책을 수립한 뒤 각 행정부처가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국내에는 아직 산업 안보 정책의 기획과 수립을 위한 전담 조직이 없는 실정이다. 개별 사안의 종류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정보원, 특허청 등에 관련 조직이 흩어져 있다. 산업부는 2020년 4월 산업부가 무역안보정책관 산하 기술안보과를 신설했다. 그러나 해외 주요국들과 달리 민간기업이나 학계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통합 채널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안보 우려 심화에 따라 국내에도 범부처, 나아가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중심 조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안성진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장(성균관대 교수)은 “국내는 아직 산업 분야별로 안보 관련 조직이 흩어져 있고 산학협력 연구 현장에서도 안보 인식이 낮은 편”이라며 “정부에서도 관련 과를 신설하고 연구과제를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외 기술 선진국들과 같이 통합적인 범부처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