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 서울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지 83년 만이다. 2023.6.6/뉴스1
이번 일은 서울 내 구도심 공동화 현상과 매머드급 대학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기인했다고 의료계 종사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200~300병상 내외 중소병원에 남 일이 아닌 게 수도권 대학병원이 수도권 안에서 10개의 분원을 추진하고 있어 경영난과 쏠림 현상이 극심해지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에서 인제대학교 백중앙의료원의 본원인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상정해 폐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백병원은 환자 등에 관련 공지를 전달할 방침이다. 병원은 2004년 처음 적자로 돌아선 뒤 20년째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 2022년까지 누적 적자만 1745억원에 이른다.
그렇다고 병원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11년부터 외부 경영 자문을 받기 시작해 2016년부터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꾸려 병상 감축, 인턴 수련병원 전환 및 전공의(레지던트) 미배치, 외래 중심 병원 전환, 병실 외래 공사 등 자구책을 이어왔지만, 대세를 꺾지 못했다.

6일 오전 서울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의 모습. 인제대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지 83년 만이다. 2023.6.6/뉴스1
지난 1975년 지하 2층 지상 13층에 총 350병상 규모로 완공됐던 서울백병원은 당시 국내 최대 종합병원이었으나 주변에 서울대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이 마련되며 환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주거지가 아니라 상주인구가 없고 직장인만 많은 특성상 중증 질환자 왕래가 적기도 하다.
살아남으려 애쓰는 종합병원은 서울백병원만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을지대학교병원(강남을지병원)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문을 닫고 대규모 개·보수를 해 2023년 1월 건강검진 및 여성 암 회복 특화 종합병원으로 재개원에 나섰다.
대학병원들의 확장 경쟁은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을 몰락시키고 의료전달체계의 근간도 흔들어 무너뜨린다는 지적이다. 전국 중소 종합병원 또는 중소병원장 단체인 대한병원장협의회는 “대형병원의 분원 증설 경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들은 “대형병원들의 분원 경쟁은 의료환경이 가장 양호한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는 도서 지역 의료인력을 흡수해 열악한 도서 지역 의료환경을 더 열악하게 한다. 이 경쟁이 중소병원, 동네 의원의 목숨을 끊어 의료라는 생태계를 교란할 게 분명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4월 6일 열린 제6차 의료현안 협의체 회의에서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제한 등 병상 관리를 위한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과 의료기관 종별 기능 재정립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협에서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과 관련해 정책 제안을 했다. 이 문제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함께 의료기관 종별 기능 재정립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