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임대인 측이 잔금을 치르지 못해 주택 분양계약이 중도에 해지됐더라도 이 임대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던 세입자의 권리는 보호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세입자 A 씨가 새로운 집주인과 공인중개사 등을 상대로 낸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A 씨는 2017년 10월 경기도 광주의 한 신축빌라에 대해 보증금 8900만 원을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을 맺은 임대인은 건물주와 해당 빌라 등에 대한 분양계약을 맺었지만 잔금을 치르지는 않은 상태였다.
1심과 2심은 새 임대인 B 씨가 A 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고, 오히려 A 씨가 무단 거주에 따른 월세를 B 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최초로 계약을 맺었던 임대인이 주택을 완전히 인도받지 못한 만큼, 해당 임대차 계약도 무효라는 취지였다. 2심 재판부는 “매매계약이 해제되면 임대권한도 효력을 잃는다”며 “채무불이행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돼 임대권한을 상실했으므로 권한이 없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와 같이 B 씨에게 부동산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초 임대인에게 적법한 임대 권한이 있었다며 A 씨가 정당한 계약의 당사자인 만큼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초 임대인은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주택에 관한 임대권한을 부여받아 A 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며 “매매잔금의 일부를 지급하고 매매계약의 이행으로서 주택을 인도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또 A 씨가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 주택을 임차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만큼 임대차보호법상 계약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은 이후 매매계약이 해제됐더라도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로서 보호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 한 것”이라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임차인 측 소송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삼양 황귀빈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최근 전세사기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소위 ‘동시진행’ 신축빌라 분양 관련 분쟁 사건을 비롯한 관련 임대차 분쟁 및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