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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나 비상문 개방’ 수리비만 6억 넘어…구상권 청구할 듯

입력 | 2023-06-08 20:20:00

비상문이 개방된 채 대구공항에 착륙한 항공기가 계류장에 대기하고 있다. 2023.5.26. 뉴스1


지난달 발생한 ‘비행 중 비상문 강제 개방’ 사건 관련 국토교통부의 중간 조사결과 보고서를 본보가 입수했다. 당시 파손된 부분에 대한 항공 수리비만 6억 원이 넘게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본보가 입수한 5페이지 분량의 ‘아시아나항공 비상탈출구 불법 개방 국토교통부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아시아나 A321-200기종은 대구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 정비를 받는 중이다. 비상문과 탈출용 슬라이드 등 3개 부위에서 손상이 발견돼 이에 대한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국토부는 수리에 6억 4000만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아시아나는 이에 대해 비상문을 연 피의자 A 씨(33)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초기에는 혼란했던 상황 속에서 비상문 개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오후 12시 37분 L3 비상구가 갑자기 개방됐다. 고도 213m 지점으로 착륙 약 2분 전이었다. 이어 38분 문이 열린 상태로 기체가 활주로에 닿았다. 42분 비상구 바로 앞에 있던 31A 승객 A 씨가 갑자기 안전벨트를 풀고 지상 활주 중이던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이에 승객과 승무원이 함께 제지했고, 의사였던 한 승객이 곧바로 A 씨를 진료했다. 일반 승객이 내리기 시작한 시각은 12시 50분이었다. 이 의사는 비행기에서 내리며 사무장에게 “해당승객이 비행기가 늦게 도착해 화가 나서 문을 열었다”고 전달했다고 한다.

국토부 조사 결과 사고가 발생한 에어버스 A321-200 항공기를 포함한 4개 기종은 낮은 고도에서 작은 힘으로 비상구가 작동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B787 등 8개 기종은 이륙 후 비상구 자동잠금기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비상문 레버 커버를 열면 경고음이나 경고등이 발생하게 하는 기술 검토를 제작사에 요청했다. 미국연방항공청(FAA)와 유럽연합항공안전국(EASA) 등 항공기 제작당국도 ‘비행 중 비상구 개방’을 예방하기 위한 기술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보고서는 적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승객의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범죄 기록을 경찰청으로부터 공유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범죄기록을 공유하는 것은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실제 시행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실무자 선에서 해외 사례를 찾아보던 과정에서 이야기가 나왔다”며 “아직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는 않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