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공성 확보 목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용도변경의 전제조건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성남도개공 참여 조건이 빠진 다른 보고서를 최종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최근 백현동 사업 관계자들을 조사하며 이 대표가 2016년 1월 ‘개발계획(공공기여) 변경에 대한 검토 보고’ 문건을 반려하지 않고 결재한 배경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에는 성남시가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성남도개공의 사업 참여 조항이 빠져 있다.
2015년 3월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결재한 ‘한국식품연구원 제안서 검토 보고’ 문건.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이 입수한 성남시 문건에 따르면 2015년 1월 백현동 민간사업자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의 부지 용도변경 제안을 받은 성남시 주거환경과는 같은 해 3월 ‘한국식품연구원 제안서 검토 보고’ 문건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 이 문건에는 용도변경에 따른 이행조건 9가지가 담겼는데,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성남도개공 사업 참여’라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이 대표는 이 문건에 직접 서명했다.
2016년 1월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결재한 ‘개발계획(공공기여) 변경에 대한 검토 보고’ 문건.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
그런데 2016년 1월 이 대표는 ‘성남도개공의 사업 참여’ 조건이 빠진 ‘개발계획(공공기여) 변경에 대한 검토 보고’ 문건에도 직접 서명을 했다. 이 문건에는 부지 용도변경 조건이었던 공공기여 방안의 최종 변경사항과 변경사유가 설명돼 있다. 문건을 작성한 성남시 도시계획과는 당초 100%였던 임대주택 비율를 10%로 낮추는 등 다른 변경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정작 성남도개공의 사업 참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초 공공기여 방안이었던 성남도개공 참여 조건이 빠진 문서를 반려하지 않고 결재한 배경에 이른바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리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이 작용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1월 백현동 의혹과는 별개의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자신을 면회 온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성남도개공까지 들어오게 되면 사업이 어려워진다”며 사업 배제를 청탁한 혐의(알선수재)로 지난달 2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같은 청탁의 대가로 김 전 대표에게 75억 원의 금품을 제공하는 등 백현동 개발사업을 통한 시행사 및 관련업체의 수익 48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정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대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9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