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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재산 일군 자수성가 기업가… “美 살릴 적임자” 경제지도자 강조

입력 | 2023-06-09 03:00:00

[美 대선주자 인물탐구]〈8〉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공화당)
정계 입문하자마자 주지사 재선
낙태-성소수자 강력 반대 ‘보수’
전국 인지도 낮아 돌풍은 미지수




“혁신가와 기업가가 넘쳐나는 미국을 만들겠다.”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인 더그 버검 미국 노스다코타 주지사(67·사진)가 7일 야당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구가 불과 2000명인 북서부 노스다코타주 작은 마을 아서에서 태어난 그는 잇따른 창업과 매각으로 15억 달러(약 1조9500억 원)의 재산을 지닌 거부(巨富)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재선 주지사에도 올랐다. 이날 출마 연설에서 “모든 이가 성장하고 번창할 때 국가도 승리할 수 있음을 경험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자수성가한 자신이 바로 미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고 외쳤다.

버검 주지사는 작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자신이 근면, 성실, 겸손과 같은 미국을 만든 근본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부, 목장주, 소상공인 등 평범한 미국인이 매일 하는 일을 이해하고 그들과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작은 마을의 가치’가 미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답게 그는 주지사 취임 후 내내 감세, 규제 완화 등 친(親)시장경제 정책을 폈다. 다만 노스다코타 인구가 78만 명으로, 미 전체 51개 주 가운데 47위에 불과하고 주 바깥에서는 인지도가 낮아 전국적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1% 내외를 나타내고 있다.



● 트레이드마크는 ‘감세’

1956년 아서에서 태어난 그는 노스다코타주립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회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GPS’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다 회사를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11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 이후 2007년까지 MS 부사장을 지냈고 특히 기업용 소프트웨어 ‘엔터프라이즈’를 MS의 주요 사업으로 만드는 데 관여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버검이 MS의 영혼을 찾을 수 있도록 영감을 줬다”며 그의 경영 능력을 호평했다. 이후 부동산 개발회사 ‘킬번그룹’, 고향의 이름을 딴 벤처캐피털 ‘아서벤처스’ 등을 설립해 15억 달러의 재산을 모았다.

그의 자수성가 스토리는 정계 진출의 디딤돌이 됐다.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채로 2016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승했다. 4년 후에도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버검 주지사는 이날 출마 선언의 슬로건으로 ‘경제를 위한 지도자’를 내세웠다. 자신의 취임 전 노스다코타 주정부가 적자 상태였지만 이를 흑자로 돌려놨고, 다양한 감세 조치를 취했다며 미 전체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인, 경찰관, 보안관 등의 퇴직금에 대한 주 차원의 소득세를 없앴다. 올 4월에는 일반 시민에 대한 총 5억1500만 달러의 소득세 및 재산세 감면 법안도 통과시켰다. 개인 대상으로는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다.

노스다코타의 주력 산업인 석유를 거론하며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 안보”라고도 했다. 그는 “러시아가 감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방이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며 미 전체의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동맹과 우방국에도 더 많은 미국산 에너지를 판매하겠다고 강조했다.



●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
버검 주지사는 인종, 성(性) 정체성 등을 둘러싼 ‘문화전쟁’ 의제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 어떤 대선 후보 못지않게 강경한 편이다. 올 4월 임신 6주 차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해 낙태 찬성론자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 법은 성폭행 등으로 인한 임신에도 예외를 적용하지 않는다.

같은 달 트랜스젠더 여성이 초중고교 및 대학 내 여성 운동팀에 들어가는 것 또한 금지했다. 이로 인해 이날 그의 출마 선언장 밖에서 일부 성소수자들이 반대 시위를 펼쳤다. 2021년 12월에는 노스다코타주에서 인종 차별이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 체계 때문이라는 ‘비판적 인종이론(CRT)’의 교육을 금지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