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싱글스컬 국가대표 김동용 “1000m까지만 에이스” 핀잔 듣다 지옥훈련 통해 최강 지구력 갖춰 조정 아시아경기 첫 4연속 참가
조정 국가대표 김동용이 6일 훈련장이 있는 경남 진주 진양호를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김동용이 어깨에 걸치고 있는 건 싱글스컬(한 명의 선수가 양손에 노를 하나씩 잡고 경기를 하는 종목) 배다. 아시아경기에 4회 연속 출전하게 된 김동용은 9월 열리는 항저우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세 번의 아시아경기에서는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땄다. 진주=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남자 조정 국가대표 김동용(33·진주시청)의 고교 시절 별명은 ‘1000m 선수’였다. 조정은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2000m 레이스를 벌이는데 김동용은 지구력이 약해 늘 중간 지점부터 스피드가 급격히 떨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1000m까지 가는 걸 보고 에이스인 줄 알았더니 속았다”며 핀잔을 주는 지도자도 있었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15년이 지난 지금 김동용의 지구력을 문제 삼는 이는 없다. 신은철 조정 국가대표 코치(36)는 “올해 뽑힌 국가대표 16명 중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도 지구력만큼은 맏형인 (김)동용이가 최강”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용의 별명도 이제는 ‘물속의 거북이’로 바뀌었다. 평소 행동은 느릿느릿한데 배에 올라 노만 잡으면 누구보다 빠르고 꾸준하게 물살을 가르기 때문이다.
김동용은 4월 13, 14일 강원 화천호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2023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싱글스컬 중량급 부문 우승(7분28초23)을 차지하며 9월 개최 예정인 항저우 아시아경기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이로써 김동용은 아시아경기에 4회 연속 참가하는 최초의 한국 조정 선수가 됐다. 싱글스컬은 한 명의 선수가 양손에 노 하나씩 잡고 배를 모는 종목이다.
김동용은 진주 경남체육고에 입학하면서 조정에 정식 입문했다. 김동용은 중학교 3학년 때 키 186㎝, 몸무게 80㎏이었다. 이런 체구를 눈여겨본 박삼윤 당시 경남체육고 조정부 감독(61)이 그를 스카우트했다. 경남체육고 입학 후엔 신병 훈련소와 다름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오전 6시면 학교 기숙사에서 진양호로 이동해 하루 종일 조정 훈련을 했다. 식사는 학교 급식실에서 나른 음식을 비닐로 덮은 식판 위에 올려놓고 해결했다. 훈련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매주 일요일 밤이면 “몸이 안 좋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렸다”는 등 기숙사로 복귀하기 힘든 이유를 지어냈다.
대구대 체육학과에 입학한 김동용은 당시 이 대학 조정팀을 지도하던 한광훈 감독(65)을 만났다. ‘호랑이 지도자’로 불리던 감독이었다. 김동용은 “감독님은 항상 ‘스트로크 레이트(Stroke Rate·1분당 노 젓는 횟수) 34회 이상’을 강조했다. 스트로크 레이트 훈련을 5분 동안 하면 매 분 34회 이상 노를 저어 5분을 채워야 했는데 체력이 떨어진 4분째에는 33번 젓는 데 그치곤 했다. 그때마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다시’라고 외치시는 소리가 정말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축적된 훈련의 성과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2명의 선수가 각자 양손에 노를 잡고 배를 모는 더블스컬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후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싱글스컬 종목에선 은메달을 잇달아 목에 걸었다. 몸무게 72.5㎏ 이하 선수만 참가하는 경량급 종목을 제외하면 아시아경기에 3회 연속 출전해 모두 시상대에 오른 선수는 남녀 국가대표를 통틀어 김동용이 유일하다.
김동용은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개인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남자 조정 선수가 아시아경기 중량급(몸무게 제한 없음)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건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신 코치가 싱글스컬 정상에 올랐던 게 유일하다.
진주=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