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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에티오피아 식량원조 전면 중단…“도둑들이 다 빼가”

입력 | 2023-06-09 07:37:00

내전 지역 티그라이에 대한 원조곡물 2천톤 시장에서 발견
미 국제개발기구(USAID) 원조중단, 유엔과 조사 중
국민 2천만명 순전히 해외 원조로 연명 ..정부군 결탁 의심




미국의 국제개발기구(USAID)는 8일(현지시간) 그 동안 계속해오던 에티오피아에 대한 식량원조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이 나라에 대한 원조를 중단한 이유는 수 백만 명의 굶주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기증한 식량이 “광범위한 규모로” 빼돌려지고 있다는 것을 최근 내부 조사 결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맨사 파워 USAID대표는 올 해 앞서 상원외교위원회 보고에서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에 대한 원조 곡물이 대량 도난당한 사실을 밝히고 그 곳에서 일어난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 상황에서 양측이 모두 결탁해서 빼돌린 정황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를 뒤늦게 발견한 USAID의 파워 대표는 그 처럼 식량절도가 조직적으로 널리 퍼져있는데도 제 때 알아내지 못한 것은 USAID측의 제도적 실패라고 자인했다.

미국은 단일 국가로는 에티오피아에 대한 최대의 기부국이다. 식량등 인도주의적 구호 비용만해도 2022 회계연도 기준 총 18억달러 (2조 3400억 원)에 달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내전의 피해와 한발로 인해 약 1억2000만 명의 인구 가운데 2000만명 정도가 순전히 원조로 연명하고 있다.

USAID는 식량 절도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인 와중에 식량원조 전면 중단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영양실조 어린이에 대한 식품 지원 등은 계속하고 있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직원이 AP통신에게 말했다.

USAID는 구호용 식량이 원래 원조 대상인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배급망과 제도를 점검한 뒤 되도록 빨리 원조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에티오피아 원조에 참여하고 있는 자선단체와 기부자들, 이들의 제보를 받은 AP통신은 에티오피아 연방정부와 지방 정부들도 역시 식량 배급에 개입해서 이를 빼돌리는 데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많은 기부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국제자선단체 인도주의 및 회복력을 위한 기부자 그룹(Humanitarian and Resilience Donor Group)은 “이번 식량 횡령은 에티오피아 정부와 지역 행정관들이 함께 가담했고 전국의 군부대들이 원조 식량을 가지고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티오피아 외교부는 USAID와 공동 성명을 발표 , “식량을 빼돌리는 일이 다시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앞으로는 절도와 횡령을 철저히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USAID 간부들은 지난 3월 부터 원조 양곡을 도정하는 에티오피아의 9개 지역 63곳의 제분공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일본, 우크라이나 등에서 원조한 모든 곡물이 대량 빼돌려진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또 이들은 유엔식량계획(WFP)와 공동조사에서도 티그라이 지역등 내전 지역의 배급용 비상식량의 대규모 도난 사실을 확인 했으며 이는 AP통신이 4월에 처음으로 보도한 바 있다.

티그라이 지역은 2년간의 내전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졌던 곳으로, 지난 해 11월 전투가 끝난 뒤에도 주민 600만명 가운데 540만 명이 순전히 인도주의적 구호 식량에 의존해서 살고 있다.

티그라이의 한 마을에서는 13만 4000명이 한달 동안 먹고 살 정도의 밀 2000톤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등 구호 식량 빼돌리기가 만연한 증거가 전국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