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청담·대치·잠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연장’ “집값 상승·투기 억제” vs “재산권 침해…실효성 없어”
“내 집을 내 맘대로 팔지도 못하게 하니 재산권 침해 아닌가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상가 내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입주민 A씨는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에 집을 살 사람이 없어 매도하기도 어렵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기준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집값이 더 비싼 반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왜 제외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가 삼성·청담·대치·잠실 등 4개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전날 ‘제8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 동인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총 14.4㎢를 재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청담·대치·잠실 등 4개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은 국제교류복합지구 관련 대규모 개발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에 따라 사전에 집값 상승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국제업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시·컨벤션 등 4가지 핵심산업시설과 수변공간을 연계한 마이스(MICE)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허가구역 해제 시 집값 급등과 투기세력 유입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 거래가 활발해지고, 투기 수요가 되살아나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허용된다.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주택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또 1년 이내에 기존에 보유했던 주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로 서울 아파트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호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특히 급매물 소진 이후 서울 아파트값 하락 폭이 주춤하고, 강남과 송파 등은 일부 지역에선 반등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수·매도인 희망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 중이지만 주요 대단지 위주로 매수문의도 유지되고 있다”며 “일부 주요단지에서 상승거래가 발생하며 서울 전체 상승폭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 지역 단지에서는 이전 거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27일 23억1500만원에 거래되며 올해 들어 신고가를 경신했다. 또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는 지난달 5일 20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 3월 30일(20억4000만원)에 거래된 금액보다 3000만원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는데도, 집값이 상승하는 데다,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오면서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잠실동 리센츠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30일부터 단지 외벽에 ‘재산권 침해하는 토지거래허가제! 즉각 해제하라! 잠실은 서울시의 제물인가?’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서울시에 지정 해제를 촉구했다.
리센츠아파트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민들 사이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 것을 두고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정책의 실효성도 없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해당 지역들은 정비사업 등 개발 호재가 많고, 자칫 가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규제를 한꺼번에 다 풀어버리면 투기 수요를 자극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