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가 품은 식물 이야기/안진흥 지음/256쪽·1만6000원·지오북
만약 ‘삼국유사’ 속 만파식적이 실존한다면 가뭄과 폭우 등 기후위기에 직면한 인류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만파식적은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며, 대신 만파식적의 재료인 대나무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대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소나무보다 3배 이상 많다고 한다. 탄소를 흡수하는 그린카본으로, 말 그대로 현대판 만파식적이 아닌가.
신라의 보물 중 보물이었던 만파식적을 비롯한 삼국시대의 역사와 설화를 수록한 ‘삼국유사’는 승려 일연이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호국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사관을 반영하여 집필한 사서다.
벼 유전체 분석의 세계적 권위자 안진흥 교수는 ‘삼국유사’에 수록된 60여 종의 식물 중 45종을 뽑아 옛날 우리 조상들의 식물에 대한 인식과 이용 등을 ‘삼국유사가 품은 식물 이야기’로 풀어냈다.
1부는 건국과 지배자의 지혜를 빛내는 식물, 2부는 앞서 소개한 만파식적의 소재인 대나무를 비롯해 국가의 흥망을 예언한 식물, 3부는 속세를 벗어나거나, 세속의 삶과 밀착된 식물, 4부는 불교의 전래와 가르침에 관련된 식물을 다룬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당시 역사와 식물에 대해 이해하고, 지금에 이르러 우리의 의식과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이미지들을 재확인할 수 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