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째 경영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KT가 9일 대표이사(CEO) 선임 절차 개선을 위한 정관 개정안에서 CEO 자격요건에 있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성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ICT 산업에 관련 없는 정부 관련 인사도 CEO 후보군에 오를 수 있는 ‘정부 낙하산 인사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KT가 9일 발표한 정관 개정안의 CEO 자격요건은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이다. 기존 정관에 명시됐던 ‘ICT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산업 전문성’으로 확대·완화시켰다.
KT 소수노조인 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CEO 후보자의 자격요건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하는 건 ‘낙하산 CEO’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ICT 전문성’은 그룹 특성상 필수적인 요건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5월 KT 전직 임원들로 구성된 ‘K비즈니스 연구포럼’은 “CEO 자격요건 중 ‘ICT분야 지식과 경험’은 유지돼야 한다”며 “회사가 ICT사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X) 산업 등 디지털 신규 사업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상황에서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통찰력이 없다면 중요한 투자의사결정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KT는 정관개정과 함께 신규 사외이사 후보도 발표했다.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 이사,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 등 7명이다. 이들 중 곽우영·이승훈·조승아 후보자는 주주들의 추천을 받았다.
사외이사 후보 중 최 총장은 박근혜 정부 때 미래부 장관을 지냈고, 윤 전 차관도 이명박 정부 인사라서 일각에선 ‘정부 눈치보기’라는 시각도 나온다.
KT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며, 신임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신규 CEO 선임절차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