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 많이 시켜 먹는 편이신가요? 코로나로 특수를 제대로 누렸던 음식 배달 플랫폼의 성장세가 요즘 주춤하다고 합니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배달 대신 외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비싸진 배달비도 부담스럽기 때문인데요.
반면 미국의 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나 우버이츠(Uber Eats)는 실적이 여전히 상승세입니다. ‘인플레이션에도 배달 음식은 못 끊는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엔데믹 시대에 배달앱은 어떻게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미국의 도어대시 사례와 함께 국내에선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의 기술진 이야기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팬데믹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음식 배달 플랫폼 시장. 엔데믹에도 살아남게 될까. 게티이미지
미국 도어대시는 왜 아직 잘 나가나
‘코로나 땐 필수품이었지만 이제 사치재다.’ 미국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던 지난해 이맘때쯤부터 배달 음식을 두고 이런 얘기가 많았습니다. 배달비 아까운데 누가 굳이 배달시켜 먹겠냐며, 배달앱의 좋은 시절이 지나갔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실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배달앱을 이용하면 매장에서 직접 사서 포장해가는 것보다 평균 6달러의 비용(배달료+각종 수수료)이 더 든다고 합니다(팁을 뺀 금액 기준).
그런데 웬걸,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도어대시나 우버이츠 모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 실적을 올렸습니다(도어대시는 40%, 우버의 음식 배달서비스는 8% 매출 성장).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음식 배달 서비스 매출은 올해 4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7% 증가했습니다. 물론 코로나 때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는 이제 없지만(2020년 4월엔 전년 대비 162% 증가), 엔데믹에도 미국인들이 배달을 줄이거나 하진 않은 겁니다.
음식뿐 아니라 와인, 화장품, 문구 등 웬만한 건 다 배달해주는 도어대시. 도어대시 홈페이지
② 식료품∙편의점 쇼핑도 한 번에=저녁 식사로 팟타이를 해 먹고 싶은데 재료가 없다면? 한밤중에 갑자기 아기 기저귀가 떨어졌다면? 도어대시가 음식 배달에 이어 공략하고 있는 주요 영역이 바로 이런 식료품과 편의점, 소매배달입니다. 세븐일레븐∙세포라∙타깃∙오피스디포 같은 다양한 영역의 ‘비(非)레스토랑’ 매장이 7만 5000개 이상 입점해 있다는데요. 북미에서 가장 많은 소매점이 입점한 플랫폼이라고 합니다. 토니 쉬 CEO는 “우리는 이제 다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식료품∙편의점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경쟁업체인 미국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를 앞선다는 뜻). 대시패스 가입자는 이런 소매상품 배달비도 공짜이기 때문에 더 많은 대시패스 구독자를 유치하는 효과까지 톡톡히 거두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③ 그래도 중심은 ‘음식’=그렇다면 이런 ‘버티컬 서비스’를 더 활성화해서 ‘탈 레스토랑’을 하는 게 배달앱이 나아갈 길일까요? 토니 쉬 CEO는 그래도 핵심은 레스토랑 비즈니스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일주일에 20~25회 식사를 한다는 사실이 성장을 위한 큰 활주로가 남아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식료품이나 편의점 배달을 이용하려는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음식 배달을 시키던 고객이 2번, 3번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요. 결국 배달 경험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는 뜻이죠. 동시에 고객이 원하는 레스토랑이 더 추가돼야 하는데요. 올 1월 도어대시가 스타벅스를 유치한 게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이전까지 스타벅스는 우버이츠만 이용).
돈 벌기 어려운 사업구조?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호주, 유럽 여러나라에서 확장 중인 우버이츠. 우버이츠 홈페이지
가격(배달비)을 올리면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어렵습니다. 경쟁회사와 눈에 띄게 서비스가 차별화되지 않는 데다, 고객들이 언제든 다른 앱으로 떠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식당이 음식을 더 빨리 조리하거나 배달원이 더 빨리 배달하도록 만들긴 어렵죠. 공장 생산시설처럼 로봇으로 당장 대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미래의 언젠가는 가능하겠지만).
그럼 어떤 식으로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파트너 빅토리아 로드는 ‘일괄처리’를 하나의 답으로 제시합니다. “수학은 플랫폼에서 작동한다. 동시에 픽업해서 동시에 배송하는 주문이 많아질수록 주문당 배송비용은 낮아진다”고 얘기하는데요. 그는 “일괄처리는 경제학적으로 말이 되기 때문에 플랫폼이 계속 이를 실험할 거고, 기술이 정교해짐에 따라 이 작업을 더 잘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일괄처리를 다른 말로 하자면 스태킹(Stacking), 즉 ‘다건배달’입니다. 그리고 실제 국내외 배달 플랫폼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죠. 그 효과는 어떨까요.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의 기술진을 만나 물어봤습니다.
효율성과 만족감 사이
묶어서 배송하면 배달의 효율성은 높아진다. 요기요 홈페이지
왜 이런 기술을 개발했냐고 묻자 “라이더와 식당 사장님, 고객, 그리고 플랫폼 운영사라는 4개 플레이어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한꺼번에 많이 배달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라이더, 조리가 끝나는 시점에 딱 맞춰서 라이더가 오길 바라는 사장님, 배달비가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내 음식이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길 기대하는 고객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는 겁니다.
위대한상상 측은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3년 동안 운영하면서 AI 배달의 효율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이른바 ‘전투콜(좋은 배달주문을 잡기 위해 앱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이 사라져 안전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는데요. 그런데 궁금합니다. 과연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게 가능할까요?
요기요는 AI 배차를 통해 동선이 겹치는 주문을 한꺼번에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요기요 유튜브 영상 화면캡처 (https://youtu.be/SqoK6LZA2XM)
이에 대해 황성민 로지스틱스부문 실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실제 고객 불만 사례를 들여다 봤더니 AI 시스템이 최적이라고 한 경로가 실제로 더 효율적인 게 보이더라고요. 시스템은 인간과 달리 과거 데이터를 참고해 미래 예측까지 하니까 더 멀리 보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고객의 정서적 부분까지 만족시켜줘야 하긴 합니다. 그래서 더 고민되고 어렵습니다.”
배달의 효율성과 고객의 정서적 만족감,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요. 둘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 결론은? 고객의 선택지를 늘리는 게 될 텐데요. 요기요는 쿠팡이츠나 배민1 같은 방식의 ‘단건배달’을 도입할지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하는군요.
단건배달로 승부하던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오히려 다건배달을 새로운 서비스로 내놓았습니다. 배달의민족은 4월부터, 쿠팡이츠는 이달 9일부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각각 ‘알뜰배달’과 ‘세이브배달’이란 이름으로 새 서비스를 출시했는데요. 요기요 익스프레스처럼 비슷한 동선에 있는 주문을 묶어 라이더에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고객들은 배달료를 낮출 수 있고요. 배달비 부담이 커지면서 고객들이 이탈하자 이제 비용 효율성이 더 중요해진 겁니다. (5월 배달앱 3사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946만명으로 1년 전(3209만명)보다 8.2% 감소.) 결국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렇게 3대 배달앱은 서로를 닮아가게 되는군요.
국내 배달앱들이 앞에서 설명드린 도어대시의 전략을 따라가는 모습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요기요는 멤버십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내놓은 게 대표적이죠. 특히 이달 들어 내놓은 ‘요기패스X’는 월 9900원 이용료를 내면 배달비가 공짜(1만7000원 이상 주문시)라는 점을 내세웁니다.
라이더 확보는 배달 플랫폼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배달의 효율성을 높여서 라이더의 몫을 늘려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배달비가 뛰고 고객이 이탈하자 요즘 배달앱들이 다시 공격적으로 할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으로 고객을 반짝 끌어모아도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고객은 금방 떠나겠죠.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엔데믹 시대가 왔지만 미국 음식배달 플랫폼 도어대시는 오히려 깜짝 실적을 올렸습니다. 구독서비스를 통한 진성고객 확보와 퀵커머스 분야의 빠른 성장 덕분입니다.
-그런데 수익성은 어떻게 확보할까요. 배달앱이란 사업구조 상 쉽지 않은 과제인데, 기술을 활용해 배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실제 요기요가 AI를 이용한 ‘다건 배달’ 서비스를 해보니, 전반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데요. 하지만 고객의 정서적 만족감까지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고민이라고 합니다. 결국 고객 선택지를 늘리고 퀵커머스로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식으로 대응 중입니다.
*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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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