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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바꿔준 BTS, 고생 많았어!”… ‘아미’로 물든 보랏빛 서울

입력 | 2023-06-10 03:00:00

[위클리 리포트] BTS 데뷔 10주년 기념 ‘2023 BTS 페스타’ 열린다
데뷔 축하행사 즐기기 위해
전 세계 팬들 한국에 몰려
필수 코스인 소속사 사옥 방문




2일 오후 하이브 사옥 앞에서 만난 이탈리아 국적 미켈라 리스타 씨(32), 네덜란드 국적 마르욜레인 쿡 씨(28)와 이탈리아 국적 네페르타리 베키 씨(24·왼쪽부터).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올 3월 입국해 동국대 한국어 교육과정을 수강하다 만난 사이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BTS 10년, 전 세계 아미들 서울로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을 맞아 ‘2023 BTS 페스타’가 1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전 세계에서 BTS 팬 ‘아미(ARMY)’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시는 주요 관광지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손님맞이에 공을 들이고 있다. 》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을 방문한 카테리나 리 씨(45·오른쪽)와 나탈랴 미야스니코바 씨(35). 러시아에서 온 둘은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나 ‘2023 BTS 페스타’ 기간 함께 다니기로 했다고 한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지민, 내 인생을 바꿔줘서 고마워요.”

2일 서울 용산구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 사옥 앞.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왔다는 카테리나 리 씨(45)에게 “제일 좋아하는 BTS 멤버 지민(본명 박지민·28)을 만나면 어떤 말을 할 거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러시아에서 컴퓨터 관련 직업 등에 종사하던 리 씨는 어느 순간 ‘이게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일까’라는 생각에 방황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연히 BTS를 알게 된 후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이제라도 진정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리 씨는 하던 일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달 29일부터는 서울대 한국어교육센터에서 한국어 과정을 듣기 시작했다. 리 씨는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도 BTS가 전하는 메시지”라며 “언젠가 하이브 직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13일 BTS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리 씨와 같은 BTS 팬 ‘아미(ARMY)’들이 전 세계에서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하이브가 주관하는 BTS 데뷔 10주년 축제 ‘2023 BTS 페스타’를 즐기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하이브와 함께 12일부터 서울 곳곳의 관광명소를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물들이기로 했다. 온라인에선 이미 지난달 31일부터 각종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들뜬 마음으로 축제를 기다려온 아미뿐 아니라 서울시민들도 2주 동안 즐길 거리가 풍성하게 마련됐다.

● “전 세계 아미 모여라” 성지순례 시작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하이브 사옥은 해외 아미들의 ‘필수 방문지’로 꼽힌다. 기자는 2, 3일 하이브 사옥을 찾았는데 사옥 지하에 있던 ‘BTS 박물관’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전 작업 중이라 입장할 수 없었지만 아미들은 “하이브 사옥을 본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온 아미들은 이구동성으로 BTS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경험담을 기자에게 털어놨다. 캐나다인 아리파 판치바야 씨(20)는 “고등학생 시절 공부를 왜 하는지,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몰라 어두운 시간을 보냈다”며 “사회의 기준에 맞출 필요 없으니 자신을 사랑하라는 BTS 노래 덕분에 마음을 잡고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BTS를 알려준 언니, 친구와 함께 미국에서 왔다는 엘로이사 마가욘 씨(23) 역시 “우리 셋 모두 실직 상태지만 BTS를 보며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며 “돌아가면 다시 힘을 내 재취업 자리를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기 위해 오래 준비한 경우도 있었다. 5년 전 BTS 팬이 된 후 올 3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미켈라 리스타 씨(32)는 “이탈리아에서 낮에는 한국 문화 전공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카페에서 일했다”며 “한국 갈 돈을 모으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동국대 한국어교육원에서 만난 다른 아미들과 사옥을 찾았다. 역시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네페르타리 베키 씨(24)는 “휴학하고 고향에 돌아가 8개월 동안 판매 보조원으로 일하면서 한국을 여행할 돈을 모았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에 더해 아미들까지 서울로 몰려들면서 숙소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 아미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숙소를 공유할 사람을 구하는 모습이었다.

● 온·오프라인 페스타에 아미들 열광
BTS는 매년 6월 13일 데뷔일 전후에 축하 행사를 열어 왔다. 특히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각종 행사가 열린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인근의 한 카페에서 직원 김예서 씨(21)가 BTS 멤버들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정리하고 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용산구 하이브 사옥 인근 카페들은 ‘아미맞이’가 한창이었다. 3일 한 카페에선 직원들이 BTS 멤버 사진이 담긴 액자를 정렬하고,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팬들이 판매나 전시를 위해 기부한 굿즈와 사진이 가득 쌓여 있었다. 5개월 전부터 이 카페에서 일했다는 김예서 씨(21)는 “10주년을 앞두고 카페를 방문하는 아미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아미는 아니지만 팬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영화관에선 BTS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30)의 일본 월드투어 공연을 동시 상영하는 콘서트도 열리고 있다. 티켓 값은 일반 영화표의 4배에 육박하는 5만9000원이었지만 3일 오후 5시경 서울 용산구 한 영화관에는 좌석 400석의 상영관에 팬들이 가득 차 있었다. 멕시코에서 왔다는 라이사 오타비아노 씨(35)는 “실제 콘서트장은 아니지만 아미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감동을 느끼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축제도 지난달 말부터 시작됐다. BTS는 지난달 31일 공식 SNS에 보드게임을 배경으로 한 ‘2023 BTS FESTA’ 캘린더를 올리며 축하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 캘린더엔 날짜와 아이콘만 담겨 있는데 행사 내용은 당일에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길의 한 건물 외벽 전광판에 BTS 데뷔 10주년 행사를 알리는 옥외 광고가 등장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첫 일정으로 2일 BTS 멤버들이 아미들을 위해 꾸민 옥외 광고가 전국 곳곳에 설치됐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와 명동 일대 건물 전광판 등에는 BTS 멤버들이 손글씨와 사진으로 팬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가 상영됐다. 특히 멤버들의 출신 지역에는 해당 멤버의 메시지가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3일에는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방콘(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이 열려 전 세계에서 시청자 50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 9일 오후 1시에는 입대한 2명을 포함한 멤버 7명 전원이 참여한 신곡 ‘테이크 투(Take Two)’가 공개돼 아미들이 열광하기도 했다.



● 동고동락한 10년 “고생 많았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BTS 팬 4명이 자신의 BTS 관련 굿즈를 꺼내 테이블에 진열해 놓은 모습.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BTS 멤버들의 무명 시절부터 응원해온 팬들에게는 10주년이 더 각별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12년 전 한 언더그라운드 콘서트장에서 당시 ‘런치란다’라는 무명 래퍼로 활동하던 BTS 리더 RM(본명 김남준·29)을 처음 만났다는 전모 씨(49)는 “랩도 잘했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남을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다”고 돌이켰다. 하이브 사옥 인근에서 기자와 만난 전 씨는 “당시 첫 팬미팅을 놀이터에서 열었는데 그때부터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는 순간까지 늘 응원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카페에선 부인을 따라 아미가 됐다는 개발자 박모 씨(42)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2021년 재능을 살려 아미들을 위한 안내 애플리케이션 ‘BTS ROAD’를 만들었다. 해당 앱에선 멤버와 지역별로 언제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 하루 10만 명이 접속하는 ‘아미 필수 앱’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무료로 앱 정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 씨는 “아내가 멤버들의 생일파티가 열리는 카페를 찾기 위해 헤맨 적이 있어서 편리하게 BTS 관련 일정을 볼 수 있도록 앱을 만들었다”며 “10주년을 앞두고 접속자 수가 늘어나는 걸 보니 흐뭇하다”고 말했다.

● “아미 잡아라” 두 팔 걷은 서울시

서울시도 BTS 페스타를 지원하며 축제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종로구 세종문화회관과 남산서울타워, 세빛섬 등에선 BTS 관련 콘텐츠로 구성된 미디어 파사드(외벽 영상)를 상영한다. 주요 명소를 방문해 스탬프를 찍고 인증사진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굿즈를 증정하는 행사도 마련했다.

10주년 메인 행사는 17일 낮 12시부터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이날 오후 10시까지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인근 인도에 BTS가 활동한 10년간의 사진을 전시하는 ‘아미로드’를 조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야간 불꽃놀이도 진행한다.

서울시는 17일 이후에도 25일까지 세빛섬과 남산서울타워 등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 8곳을 보라색으로 장식하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시와 경찰은 BTS 10주년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17일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리는 메인 행사와 관련해선 최근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 주재로 관계기관 협력·점검회의를 열었다. 조성호 서울시 관광체육국 관광정책과장은 “모든 팬들에게 축제가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곳곳에 배치된 안내요원의 지시에 잘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