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총리 “권도형 자필편지 받았다” 11일 총선 앞두고 폭로-조사 요구 사실일땐 權도피와 관련 가능성 野대표 “나도 사기당해… 음모론”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이자 올 3월부터 위조 여권 사용 혐의 등으로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에 구금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가 11일 총선을 앞둔 몬테네그로 정쟁의 한복판에 섰다.
총선에서 실각할 가능성이 있는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38)는 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5일 권 대표로부터 자필 편지를 받았다”며 해당 편지에 권 대표가 유력 야권 정치인 겸 전 재무장관인 밀로이코 스파이치 ‘지금유럽’ 대표(36)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공개했다. 현재 주요 정당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지금유럽’을 이끌고 있으며 차기 총리로도 거론되는 스파이치 대표는 “2018년 내가 일했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나 정치 자금 수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현직 총리가 총선 직전 직접 의혹을 제기한 만큼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편지 내용이 사실이면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로 도피하는 데 스파이치 대표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권 대표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몬테네그로 내무 “권 대표 노트북에 후원 증거”
8일 현지 매체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아바조비치 총리는 7일 회견에서 “(권 대표와 스파이치 대표가) 연락을 취했고 제3자(스파이치 대표)가 이익을 얻기 위해 (권 대표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려 시도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정치 자금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권 대표는 마르코 코바치 법무장관 등에게도 자신이 스파이치 대표를 후원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특별검사의 수사도 촉구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스파이치 대표가 그와 접촉한 것이 사실이라면 몬테네그로에 좋지 않다. 몬테네그로가 전 세계 사기꾼의 온상이 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당국은 두 사람의 거래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필리프 아지치 내무장관은 스파이치 대표가 몬테네그로와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두 사람이 만난 거리 이름까지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권 대표로부터 압수한 노트북에 정치 자금 후원의 증거가 담겨 있다. 액수를 말하진 않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 스파이치 “나도 피해자”
스파이치 대표는 자신과 자신의 회사 또한 권 대표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자신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아바조비치 총리의 기자회견은 ‘지금유럽’의 총선 승리를 막기 위한 조작된 음모론이라고 맞섰다.
그는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재무장관을 지내며 가상자산 업계를 적극 지원했다. 당시 “블록체인 산업이 향후 3년 안에 몬테네그로 경제의 30%를 차지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