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8월 서울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4명이 숨지자 서울시는 ‘반지하 퇴출’을 선언했다. 반지하 주택 신축을 금지하고, 반지하에 사는 주민들에겐 월 20만 원씩 최장 2년간 지원해 지상 이주를 유도하며, 임대주택 재건축으로 20년간 2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반지하에서 벗어난 가구는 전체 21만 가구 중 1%로 여전히 많은 이들이 침수 피해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반지하에서 공공·민간 임대주택으로 옮겨간 가구는 지난달 말까지 1300가구로 전체 반지하 가구의 0.6%에 불과하다. 지상 주택으로 이사해 월세 20만 원을 지원받은 가구는 970가구로 0.5%도 안 된다. 이는 월세를 지원받을 때마다 혜택을 받은 것으로 계산한 누적 수치여서 실제 이주 가구 수를 따지면 이보다 훨씬 적다. 지난여름 사망자가 나왔던 관악구와 동작구도 월세 지원을 받는 가구 비중은 1%대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와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사들인다던 반지하 있는 다세대주택도 98채로 올해 목표치인 4450채를 한참 밑돈다.
서울시 반지하 퇴출 계획이 속도를 못 내는 이유는 예상했던 대로다. 서울의 연간 임대주택 공급 물량은 2만 가구로 다른 취약계층 수요까지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지상의 보증금과 월세는 반지하의 2배를 달라 하니 월세 20만 원 준다고 옮기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대책을 내놓을 때부터 모두 지적됐던 문제들이다. 현실성 없는 급조 대책을 덜컥 발표하는 바람에 희망고문만 한 셈이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