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사관저로 초청해 우리 정부의 외교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싱 대사는 미리 준비한 문서를 펼쳐 들고 15분 가까이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위협으로 들릴 수 있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우리 외교부는 어제 싱 대사를 초치해 ‘내정간섭성 도발적 언행’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
싱 대사가 야당 대표를 초청해놓고 우리 정부를 향해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낸 것은 중국 외교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외교적 상식이나 의전은 아랑곳없이 거친 언사로 일방적 불만과 요구를 쏟아내는 중국식 힘의 외교, 이른바 ‘늑대 외교’의 한 단면일 것이다. 나아가 그것이 마치 외교관의 실적인 양 평가받는 것이 중국 외교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싱 대사의 발언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싱 대사는 그간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무례한 언행으로 숱한 논란을 샀다. 이번 ‘베팅’ 발언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평소 입버릇처럼 하는 “미국의 반대편에 거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역으로 빗댄 것일 테지만 거기에 협박조 경고를 얹는 구변이야말로 오만과 건방의 극치일 것이다.
정부 외교정책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정당정치에서 불가피하다지만 요즘 우리 정치권의 대립 양상은 도를 넘은 듯하다. 국익은 뒷전이고 오직 정쟁뿐이다. 야당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더라도 외국까지 끌어들여 이간질에 놀아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도 여당도 반대 세력을 탓하기보다는 야당을 설득하며 최소한의 공감대라도 만들어가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