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올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미중 경제 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전략이 ‘지경학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바뀐 영향이 크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과의 공급망 디커플링(관계 단절) 때문에 한국 경제가 수출 감소 등 부작용을 겪고 있지만, 첨단 분야 핵심 기업들을 보유한 덕에 그나마 얻고 있는 반사이익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정부에 신고된 FDI 투자액은 약 14조 원 규모다. 1∼5월 기준 역대 최대다. FDI의 대부분이 외국 기업이 한국에 생산시설을 세우는 ‘그린 필드 투자’여서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를 겨냥한 배터리 원료·소재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직접 대미 수출이 어려워진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까지 한국에 합작기업을 세우고 있다.
국내 설비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늘어나는 외국인 투자는 우리 경제에 가뭄 속 단비와 같다. 다만 우려되는 건 증가세 지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쟁국들이 온갖 지원책을 쏟아내며 유치에 나서고 있어서다. 일본은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 공장을 유치하면서 투자액의 절반 가까이를 보조금으로 지급했고, TSMC와 2공장 건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선 프랑스가 공격적 투자 지원책을 내걸어 FDI를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으로선 어느 쪽 기업이든 투자하고 싶어 할 만한 파격적인 유인책을 만드는 게 최상의 방책이다. 하지만 외국 기업이 투자를 선호하는 수도권은 여전히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4위로 바닥권인 법인세 경쟁력도 문제다. 이익이 나야 세금을 깎아주는 지원 방식도 투자액의 일정 규모를 보조금으로 주는 경쟁국에 비하면 역부족이다. 높은 투자 장벽을 서둘러 허물지 못하면 모처럼 늘어난 FDI도 ‘반짝 호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