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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피라미드·스핑크스와 황홀한 인생 사진을…

입력 | 2023-06-10 21:06:00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있는 곳. 룩소르부터 아스완까지 나일강을 따라 고대 문명의 신비로움이 가득한 곳. 여행자라면 꼭 한 번쯤 가보기를 열망하는 버킷리스트 1순위 국가. 그곳은 바로 오늘 함께 떠나볼 이집트다.





비행만 17시간… 마음의 준비 단단히


이집트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건축물인 피라미드(위)와 스핑크스가 있다. [박진희 제공]

이집트는 아프리카 최대 인구 보유국이자(2021년 기준 1억400만 명) 한반도의 4.5배에 달하는 국토 면적을 가진,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다. 인구 90% 이상이 국토의 5%밖에 안 되는 나일강변에 거주하며, 셈족(유대인)과 함족(아프리카 북동 지역 민족) 혼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종교적으로는 인구 90%가 이슬람교 수니파 신자이고 10%가 기독교 신자다. 언어는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카이로나 주요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소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이집트는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3개 대륙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북쪽으로는 지중해, 북동쪽으로는 아카바만과 접해 있다. 동쪽에는 홍해, 남쪽에는 수단, 서쪽에는 리비아가 자리하고 있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위치한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인도양을 연결한다.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에서 이집트로 곧장 가는 직항 항공편은 아직 없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나 도하(카타르) 같은 중동 도시를 경유해 가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연결 항공편 대기 시간까지 감안하면 17시간가량 소요되니 이집트 여행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떠나야 한다.

이집트는 한때 한국처럼 강력한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실시했으나 지금은 마스크 착용이 자유로운 편이다. 환전은 미국달러를 가지고 가 현지에서 이집트파운드로 바꾸는 편이 낫다. 단, ‘바쿠시시’로 불리는 팁 문화가 있으니 1달러 지폐는 넉넉히 챙겨 가기를 권한다. 이집트는 자동차 도로와 열차 선로 상태가 열악하다. 짧은 거리를 이동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만큼 멀미약 등 상비약을 휴대하는 게 좋다.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으니 로밍이나 유심(USIM), 와이파이 도시락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도심과 멀어지면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다반사니 당황하지 말자.

‘파노라마 전망대’에서는 총 6개 피라미드로 구성된 기자 피라미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박진희 제공]

6월이면 이집트 평균 최저기온은 18도, 최고기온은 32도 정도다. 자외선 차단제와 모자, 선글라스 등을 챙기고 생수를 휴대해 다니기를 권한다. 일교차가 큰 편이라 저녁에는 제법 쌀쌀해 가벼운 외투는 필수다. 야간 버스나 열차를 타고 이동할 경우 난방이 안 되고 웃풍이 심하니 한겨울용 외투도 지참하는 게 좋다. 이집트는 관광지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는 편이라 생각보다 많이 걷게 된다. 따라서 가벼운 등산화나 트레킹화 착용을 추천한다.

이집트와 한국의 시차는 7시간이다. 이집트가 7시간 늦다. 전압은 220V로 한국 전자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숙소에 콘센트가 많지 않으니 멀티어댑터를 준비하는 게 좋다. 한국은 버스나 열차에도 전기 콘센트가 설치돼 있지만 이집트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보조배터리는 빠트려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이집트를 여행하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출발 전 e-Visa를 받아도 되지만 굳이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현지 공항에 도착해 출입국심사대 근처 은행 창구에서 관광비자 스티커(약 25달러)를 구매한 뒤 여권에 붙이면 된다. 이 여권에 입국 도장만 받으면 통과다.









전 세계에서 악명 높은 이집트 호객꾼



이집트 카이로 시내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인 ‘칸 엘 칼릴리’가 자리하고 있다. [박진희 제공]

이집트 유명 관광지에 가면 사진을 찍어준다거나 도움을 주겠다며 다가오는 이가 많다. 하지만 어떠한 호의를 베풀어준다 해도 절대 카메라나 스마트폰 같은 귀중품을 건네선 안 된다. 마차나 낙타를 타고 이동할 때는 탑승 전 반드시 인원수, 팁을 포함한 가격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아봐야 한다. 안 그러면 터무니없는 팁을 요구하면서 내려주지 않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택시기사도 마찬가지다.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이집트 호객꾼의 집요함은 전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작은 도움이라도 주면 팁을 받아낼 때까지 따라다니곤 한다. 또 입장료를 이미 지불했는데도 어느 구역에 다다르면 추가 요금(일종의 커미션)을 내라는 경우도 있다.

카이로 도심에서는 지하철을 이용하면 좋은데, 만약 여성들끼리 여행을 간 경우라면 여성 전용 객차를 타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집트는 카이로 같은 번화가에서도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길을 건널 때 안전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카이로 시내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인 ‘칸 엘 칼릴리’가 있다. 이곳에서 물건을 살 때는 최소 30% 정도 가격을 흥정하는 게 좋다.






3대 왕 모여 있는 기자 피라미드


피라미드 속 미라와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등 12만여 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이집트 박물관’. [박진희 제공]

이집트 여행의 출발점은 카이로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의 상징인 피라미드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를 방문한 여행객 대다수가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찾아가기 쉬운 피라미드는 카이로 남서쪽 기자 지역에 있다. 지하철을 타고 기자역까지 이동한 뒤 현지 버스로 갈아타서 매표소 입구까지 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의 준비를 아무리 단단히 해도 기자역에 도착한 순간 벌떼처럼 달려드는 호객꾼들에게 영혼이 탈탈 털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너무 멀지 않다면 대중교통보다 택시나 우버 이용을 추천한다. 피라미드 입장료는 인당 240이집트파운드(약 1만 원)다. 다만 이때부터 또다시 “피라미드 입구는 사실 두 군데인데 여기는 비싼 곳이다”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 내부까지 관람할 수 있는 저렴한 표가 있다” 같은 감언이설로 유혹하는 호객꾼이 나타날 수 있다. 단체관광이 아닌 개인 단위로 이곳을 방문한 경우 호객행위에 넘어갈 위험이 특히 크다. 단언컨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어떤 달콤한 유혹이나 애절한 호소에도 눈길을 주지 말고 원래 가려던 길을 가면 된다.

입장료를 내고 언덕을 오르면 피라미드 능선과 스핑크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자 피라미드’는 이집트의 전체 80여 개 피라미드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보존 상태도 뛰어나다. 대피라미드로 불리는 제4왕조의 쿠푸왕 피라미드 옆에 둘째아들 카프라왕과 손자 멘카우라왕의 피라미드가 3대에 걸쳐 고원 사막에 웅장하게 서 있는 형태다. 약 4500년 전 세워진 이 피라미드는 ‘피라미드의 백미’로 손꼽힌다. 피라미드는 사람 키보다 훨씬 큰 벽돌을 계단 모양으로 층층이 쌓아 지은 형태다. 피라미드 밑변 한 개의 길이는 230m에 달한다. 높이는 146m로 아파트 45~50층 높이와 같다. 4500년 전, 그것도 사막 위에 과학적이고 정교하게 세운 이 거대 유적을 보고 있노라면 경외심마저 든다.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피라미드 내부 관람도 가능하다. 일생일대의 신비로운 체험이 될 수 있으나 폐소(밀실)공포증이 있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황금마스크는 이집트 박물관에서


스핑크스는 대피라미드에서 남동쪽으로 300m, 카프라왕 피라미드에서 정동향 4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대피라미드보다 100년가량 앞서 자연석에 사자의 몸과 왕의 얼굴을 조각한 게 바로 스핑크스다. 높이는 20m, 길이는 70m 정도다. 본래 ‘호르 엠 아케르’(지평선의 호루스신)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고대 이집트를 침략한 힉소스족에 의해 ‘악마’라는 뜻의 스핑크스로 불리기 시작했다. 수천 년 세월의 흔적으로 상태가 온전하지는 않지만 여행객들은 여전히 스핑크스와 인생 사진을 남기는 데 여념이 없다.

대피라미드에서 남서쪽으로 1㎞가량 이동하면 (작은 피라미드를 포함해) 총 6개의 피라미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전망대’가 나온다. 파라오 시대의 경이로운 산물인 피라미드는 그저 바라만 봐도 황홀하다. 그 압도적 풍경에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해결했다는 느낌마저 들 것이다. 미라를 직접 보고 싶다면 ‘이집트 박물관’으로 가면 된다. 이집트 박물관에는 람세스 2세 등 11명의 왕과 왕비 미라, 파라오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등 12만여 개의 방대한 유물이 모여 있다.

이어지는 이집트 2편에서는 나일강 동쪽 국제관광도시 아스완과 고대 이집트 수도 룩소르로 떠나볼 예정이다. 람세스 2세가 생전에 자기 자신과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해 지었다는 ‘아부심벨 신전’, 왕들의 공동묘지인 ‘왕들의 계곡’, 파라오 아멘호테프 3세에게 바쳐진 ‘멤논의 거상’, 이집트에서 가장 큰 신전인 ‘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까지 가슴 벅찬 고대 이집트 문명을 만나보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재이 여행작가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93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