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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싱하이밍, ‘영주권자’ 투표권 제한 움직임에 한동훈 접촉 시도했나”

입력 | 2023-06-11 14:52:00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해 12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직접 찾아 면담하고, 올 2월 단독 만찬까지 제안했던 배경에는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개선’ 문제가 핵심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여당이 영주권자에게 아무 조건없이 지방선거 투표권까지 부여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자, 싱 대사가 자국 이익을 위해 한국 정부 고위 인사들을 적극 접촉하고 나선 정황. 여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싱 대사의 만남에 대해 “철저히 자국 이익을 위해 뛰고 있는 중국 앞에서 제1 야당 대표가 판을 깔아준 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2023.5.19/뉴스1 ⓒ News1



● “싱 대사, ‘영주권자’ 투표권 제한 움직임에 韓 정부 접촉 시도”

싱 대사는 올 2월 한 장관에게 만찬 회동을 제안하기 두 달여 전인 지난해 12월 13일, 법무부 정부과천청사를 직접 찾아 한 장관을 접견했다. 싱 대사가 여러 번 만남을 요청해 성사된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한 장관이 지난해 12월 초 언론 인터뷰에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한 뒤 3년이 지나면 외국 국적자들이 조건없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갖는 현행 공직선거법령에 대한 개정을 시사한 지 불과 열흘 뒤다. 한 장관은 당시 “현행 제도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 후 3년만 지나면 조건없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데, 미국, 일본, 중국 등 대부분 나라에서는 영주권자에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스웨덴 등은 (영주권자에) 투표권을 일부 부여하고 있지만 의무 거주기간을 조건으로 하는 등 투표권 부여에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영주권 부여 3년만 경과하면 지방선거 투표권이 생기고, 국내 의무 거주요건도 없는 지방선거 투표권 개정 움직임을 시사하자 싱 대사가 법무부를 직접 찾아온 것.

여권 핵심 관계자는 “싱 대사가 윤석열 정부 취임 초부터 여러 차례 법무부 장관과의 만남을 요청해 지난해 12월 한 장관이 결국 만난 것으로 안다”며 “2월 단독 만찬 제의까지 오자 한일 관계 개선 등 외교관계 변수가 복잡하게 맞물려있던 상황에서 한 장관이 신중하게 행동하는 게 옳다고 보고 정중히 거절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이처럼 자국민 이익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싱 대사의 만찬 제안에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가 가서 판을 깔아준 격”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 News1



● “한국의 선거법 개정 움직임에 예민”

싱 대사가 기민하게 대응한 이유 중 하나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개정 문제는 정치권에서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법 개정 여부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이 중국 국적의 영주권자다. 지난해 3월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 12만6668명 중 78.9%인 약 10만 명(9만9969명)이 중국인으로 파악된다. 이와 달리 중국은 한국과 같이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 같은 문제의식이 여권에서 공유되면서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국내 거주 외국인의 투표권을 일부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상호주의 공직선거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영주권 취득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공산권 국가에서는 (투표권 부여가) 불가능하고 미국과 영국은 시민권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는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거구에서 투표가 이루어진다”며 “이 같은 선거방식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외국인의 거주 양상과 결합 되면, 외국인 투표권이 민의를 왜곡할 여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권 관계자는 “중국 국적의 한국 영주권자들이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행 규정을 중국 입장에서는 유지하고 싶을 것”이라며 “(이번 싱 대사와 이 대표와 만남은) 자국 이익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는 싱 대사에게 제1 야당이 판을 깔아준 격”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싱 대사가 한국 정부 외교정책 방향을 일방적으로 강도높게 비난할 수 있는 자리를 이 대표가 마련해준 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싱 대사의 발언에 어떠한 제지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두 손을 모아 계속 듣고 있었다”며 “면담이 아니라 거의 알현 수준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규범의 세계질서를 지향하는 한국의 외교 전략 방향에 이견이 있다면 우리 내부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조정해가야할 문제”라며 “(이 대표의 면담은) 외세를 끌어들여 한국 외교 전략의 큰 노선을 흔들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장관석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