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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 반격 시작”…푸틴 “다음 달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

입력 | 2023-06-11 20:27:00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 중인 남동부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두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본격화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군사 작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로 인한 러시아 엘리트의 동요가 상당하며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진단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연대 또한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9일 “다음 달 7, 8일 사전 준비를 마친 후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겠다”며 구체적인 배치 시점을 거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대부분이 이 핵무기의 사정권에 놓일 수 있어 전 유럽의 핵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 푸틴 “다음 달 7, 8일 준비 후 전술핵 배치”

이달 초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가시화한 후 직접 언급을 자제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 수도 키이우를 찾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반격 작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보안 우려 등으로 어느 단계인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동부군 사령부 대변인도 이날 “지난 24시간 동안 바흐무트 인근에서 6차례 교전을 벌였다. 러시아군 사상자가 상당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자국의 심각한 산불 피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키이우를 찾았다. 그는 5억 캐나다달러(약 4800억 원)의 추가 지원을 약속하며 “얼마나 오래 걸리든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9일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시작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가 어느 지역에서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깎아내렸다. 이 발언을 전해 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 “(우리 군 수뇌부는) 모두 긍정적인 분위기”라며 “푸틴에게 그렇게 전해 달라”고 받아쳤다.

푸틴 대통령은 9일 남부 소치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전술핵 배치 일정을 공개했다. 그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다. 좋은 상황”이라며 빠른 배치를 자신했다. 완료되면 1996년 이후 27년 만에 러시아산 핵무기가 외국 영토에 등장한다.



●  ‘크림반도 길목’ 자포리자가 판세 좌우

NYT 등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동부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남동부 자포리자주 세 곳을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세 전선에 독일제 레오파르트 전차, 미국산 브래들리 전차 등 서방 무기를 대거 배치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은 10일 최대 격전지인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여러 곳에서 군사 작전을 펼쳐 러시아군을 약 1.4km 밀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국방부 또한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이곳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러시아군의 제1방어선을 뚫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세 곳 중에서 러시아가 2014년부터 점령 중인 남부 크림반도로 향하는 길목이자 유럽 최대 원전이 있는 자포리자주가 핵심 격전지라는 분석도 등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주 내 제2도시인 오리히루를 장악하면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차단할 수 있다. 이어 인근 멜리토폴로의 진격에도 성공하면 러시아가 자국 군의 핵심 병참 기지 역할을 하는 크림반도를 사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자포리자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다른 전선에 비해 규모와 강도가 훨씬 높았다”며 다른 곳에서 쓰이지 않는 무기도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러시아 또한 자포리자를 사수하기 위해 최소 30km의 방어선을 구축했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