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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주 4일제 어떻게? 프랑스 스타트업이 주는 힌트

입력 | 2023-06-12 03:00:00

직원 만족도 높이는 효과 있지만
부서별 업무 특성 고려해
충분한 실험 거쳐 도입해야




최근 국내에서도 주 4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줄임말)을 강조하는 유럽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주 4일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파리의 HR테크 스타트업 ‘웰컴투더정글(Welcome to the jungle)’은 유럽에서 빠르게 주 4일제를 도입한 회사 중 하나다.

웰컴투더정글은 2019년 6월 본격적인 주 4일제 실험에 들어갔다. 초반 3개월 동안은 개인 업무 리듬에 맞춰 주 4일제를 실시했다. 이 시기에는 4일 안에 해야 할 양을 넘어서는 과중한 업무량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직원 대부분이 도입을 찬성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은 큰 문제 없이 진행됐다.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직원마다 쉬는 요일이 다 달랐기 때문에 회의를 잡는 것이 어려웠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크고 작은 문제도 생겼다. 그래서 4개월째부터는 수요일과 금요일만 쉬는 날로 정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좁혔다. 그랬더니 회의 스케줄 잡기가 쉬워졌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주 4일제 실험을 통해 몇 가지 흥미로운 변화도 생겼다. 먼저 일과 시간 중 직원들의 휴식 시간이 줄었고 집중 업무 시간은 늘었다. 매니저의 평균 근무 시간 역시 소폭 늘었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회의에 엄격한 규칙이 적용됐다. 회의 주최자는 꼭 필요한 관련자만 초대해야 하고 초대장에는 자세한 의제가 담겨 있어야 하며 시간은 기본 30분으로 제한한다는 등의 규칙이 마련됐다. 커뮤니케이션에도 원칙이 생겼다. 소통의 투명성을 위해 비공개 채널에서 업무 관련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업무에 관한 회의는 모두 비디오로 녹화하거나 회의록을 작성하게 했다.

웰컴투더정글은 5개월간의 실험 후 주 4일제가 효과적이라고 보고 2019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주 4일제를 지속하고 있다. 도입 3년이 지난 2022년 회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내부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기술팀의 96%가 주 4일제 모델이 유익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의를 적게 하고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웰컴투더정글의 사례는 주 4일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예다. 이 방식이 꼭 정답은 아니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위해 웰컴투더정글이 했던 노력이다. 웰컴투더정글은 주 4일제 정착을 위해 5개월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실험을 진행했다. 특히 실험 시작 전 조직 변화 전문 컨설팅그룹인 파베르노벨의 도움을 얻어 근무제 변화를 위한 컨설팅을 받았다. 또한 신경과학자 알베르 무케베르가 이끄는 연구 그룹에 의뢰해 주 4일제 도입이 직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연구하기도 했다. 주 4일제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에 좋은 참고 사례다.



이은서 독일123팩토리 CEO eunseo.yi@123factory.de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