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친강 외교부장 부임후 심화 타국 정상-장관에도 공격적 발언 “외교관이 외교결례 앞장서” 비판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정쩌광(鄭澤光) 주영국 중국대사, 우장하오(吳江浩) 주일본 중국대사,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대사 등 주요국 주재 중국대사가 중화주의 일색의 공격적 발언을 거듭해 비판받고 있다. 외교 분쟁을 우려해 우회적이고 모호한 ‘수사(修辭)’로 일관하는 타국 외교관과 달리 주재국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데다 특히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타국 정상 및 장관을 향해 막말을 일삼아 “외교관이 외교 결례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내내 중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대외정책을 고수하는 데다, 외교부 대변인 시절부터 중국의 힘을 과시한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의 상징적 인물인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지난해 말 부임한 후 이런 기류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주영국 중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탈취한다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발언은 ‘신구자황(信口雌黃·사실을 무시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이라며 주재국 정상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수낵 총리는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 러시아 등의 기술 탈취를 우려했다.
우 주일 대사 또한 올 4월 말 도쿄 기자회견에서 ‘일본 일각에서 대만의 유사시 일본이 관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중국 내정을 일본 안보와 연계시키는 시도는 지극히 유해하며 일본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달 루 주프랑스 대사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옛 소련 국가는 주권국 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기에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도 없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했다. 이후 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중앙아시아 주요국이 거세게 반발했다.
친 부장은 과거 주미 대사 시절부터 거친 발언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올 4월에도 “대만을 놓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 또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발언 후 “부용치훼(不容置喙·타인의 말참견은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해 외교 결례 비판을 받았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