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뒤 쉬거나 우산 썼다가 참변 경찰 “젖은 모래 물기 타고 감전” “번개뒤 30초내 천둥 들리면 대피를 마지막 천둥 뒤 30분이상 기다려야”
10일 오후 강원 양양군 강현면 설악해수욕장에서 구급대원과 시민들이 병원 이송을 위해 낙뢰 사고를 당한 남성을 옮기고 있다. 이 해변에서 벼락을 맞고 감전 사고를 당한 20∼40대 남성 6명이 병원에 옮겨졌는데 그중 조모 씨(36)가 11일 오전 숨을 거뒀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 양양 찾은 서퍼 낙뢰로 숨져
11일 강원소방본부와 속초경찰서 등에 따르면 10일 오후 5시 33분경 강원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설악해수욕장에서 조모 씨(36) 등 6명이 낙뢰를 맞고 쓰러졌다. 조 씨 등 5명은 서핑을 즐기러 해변을 찾았는데 모래사장 위에서 일부는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나머지는 서핑을 즐긴 후 해수욕장에서 쉬고 있었다고 한다. 서퍼는 아니지만 우산을 쓰고 해변을 걷던 최모 씨(20)도 낙뢰 피해를 입었다.이 중 조 씨는 심정지 상태로 속초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강릉의 병원으로 이송돼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치료를 받았다. 조 씨는 사고 10여 분 뒤 호흡과 맥박은 회복했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다가 11일 오전 4시 15분경 끝내 숨졌다. 조 씨는 서핑을 하러 충북 청주에서 혼자 양양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와 함께 낙뢰를 맞은 노모 씨(43) 등 5명은 흉부 통증과 하지 감각 이상 등의 증세가 있어 치료를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강현파출소 관계자는 “사고 당시 비가 내려 모래가 젖은 상태에서 낙뢰가 떨어지면서 물기를 타고 감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인근 펜션 주인들도 낙뢰가 떨어진 순간 굉음과 함께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상 기후는 양양 곳곳에서 관측됐다. 사고 현장에서 10km가량 떨어진 설해원 골프장에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가 진행되던 중 우박이 쏟아지고 번개와 천둥이 치면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전국적으로 2605회, 양양에서만 62회의 낙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 천둥 친 후 최소 30분은 대피해야
낙뢰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고지대인 산이지만 최근 서핑 등 해양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해변에서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태환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낙뢰가 발생할 경우 즉시 물에서 나오고 물기가 남아있는 해수욕장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며 “사람의 몸에도 전기가 쉽게 흐르는 만큼 대피할 땐 일행들과도 수 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피할 때는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우산 골프채 낚싯대 등 뾰족한 물건은 가급적 몸에서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 박상규 가천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낙뢰가 발생할 경우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자동차나 실내로 빨리 이동하는 게 좋다”며 “차로 대피한 경우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라디오 안테나 등은 접어야 한다”고 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