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진 ‘배리어프리’ 공연 시각장애인에게 ‘소품 배치’ 안내 청각장애인 위해 ‘자막 대사’ 띄워
연극 ‘틴에이지 딕’은 고딕체인 자막을 주인공이 독백할 때 말풍선에 손글씨로 처리해 청각장애인도 극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했다(위 사진). 시각장애인 관객이 무대 디자인을 손으로 확인할 수 있게 연극 ‘20세기 블루스’의 실제 무대를 축소한 모형. 국립극장·두산아트센터 제공
“공연장으로 들어서면 무대 왼편의 불투명한 격자무늬 창문이 천장을 반 정도 덮습니다. 해가 지면 창문을 통해 석양이 비집고 들어오고, 그 아래 따뜻한 갈색 톤의 카펫이 깔려 있습니다. 카펫 위 가죽 소파의 재질은 모형 옆 샘플을 만져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앞에서 연극 ‘20세기 블루스’가 시작되기 전 시각장애인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이 진행됐다. 공연장 입구에서 실제 무대를 약 5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모형을 직접 만져 보며 음성 해설을 들을 수 있는 ‘무대 모형 터치 투어’다. 모형을 만지며 해설을 듣다 보면 등장인물의 동선과 작품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이청 접근성 매니저는 “무대 위 소품의 배치와 각 소품이 갖는 의미에 중점을 두고 해설한다”며 “전문 음성해설사, 무대디자이너와 2∼3개월간 함께 작업했다”고 말했다. 17일까지.
장애인도 감상할 수 있게 한 ‘배리어프리’ 공연이 다양해지면서 휠체어석이나 자막을 제공하던 것을 넘어 장애인 관객이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무대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도 대사를 그대로 전하는 것을 넘어 인물의 감정에 따라 글자 크기를 조절하거나 말풍선 등 장치를 더해 배우의 연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틴에이지 딕’에서는 주인공이 속마음을 말하는 독백 장면에서 기존 고딕체 자막을 손글씨로 바꿔 말풍선 안에 집어넣었다.
국립극단 연극 ‘몬순’을 비롯해 2018년부터 배리어프리 공연 57편을 제작해 온 강내영 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 대표는 “배리어프리를 구현하는 방식이 하나의 창작물로 여겨지는 분위기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연극, 무용 등 창작자들이 음성해설의 경우 이어폰을 통해 원하는 사람만 들을 수 있게 한 기존 방식에서 더 나아가 해설이 필요한 부분을 작품에 녹여 누구든 들을 수 있게 하는 방식까지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