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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함정들, 北발사체 인양 해역 잇단 출현… 우리軍, 구축함 파견

입력 | 2023-06-12 03:00:00

北 ICBM-위성 기술력 규명 단서
“먼저 인양한 국가가 소유권 가져”
軍, 만일의 상황 대비 구축함 보내
수심 75m 잔해 밧줄 결박 마무리




중국 당국 소속 선박 여러 척이 지난달 31일 발사 실패로 북한의 발사체가 추락한 서해 해역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쪽 200km 해상에서 잔해 인양 작업을 진행 중인 우리 군 함정의 레이더에는 주변 해역에 나타난 중국 함정들의 움직임이 속속 포착됐다.

2단 추진체로 추정되는 북한의 발사체 잔해는 화성-15·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체를 규명할 핵심 단서로 꼽힌다. 군사정찰위성의 잔해까지 입수할 경우 북한의 위성 기술력을 낱낱이 파헤칠 수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위반이라고 비판한 정찰위성과 발사체에 중국산 부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한중 양국이 치열한 ‘인양전’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9일(현지 시간) 한중이 서해에 추락한 북한의 발사체 잔해를 먼저 인양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 中함정들 잇달아 서해로, 우리軍 구축함 파견
NK뉴스는 선박 추적 서비스를 인용해 중국 사법당국 소속 선박 여러 척이 북한 정찰위성이 추락한 지역으로 항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조사선 샹양훙18은 중국 해안을 따라 순찰하다가 5일 우리 군이 인양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으로 이동을 시작해 8일 추락 지점에서 남서쪽으로 62해리(114km) 떨어진 지점에 도착했다.

또 다른 선박 두 척도 같은 날 수색 지역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남서쪽으로 135km 떨어진 지점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포착됐다.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 2척은 현재 추락 지점에서 북쪽으로 약 161km 떨어진 지점을 순찰 중이다.

정부 소식통은 “해당 수역엔 항상 중국 함정들이 배치돼 왔고, 이에 대응해 우리 함정도 정기적으로 출동하는 곳”이라며 “현재까지 중국 함정의 특이 동향은 없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구축함 등을 현장에 파견한 가운데 인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닐 와츠 전 유엔 전문가 패널은 NK뉴스에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한국과 중국 모두 (우주 발사체) 잔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며 “가장 빨리 인양한 국가가 소유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잔해를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이를 북한에 넘기면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이다. NK뉴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북한의 요청에 따라 추락 정찰위성 인양 시도에 나섰을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윤인주 한국해양연구소 연구원은 NK뉴스에 중국이 자체적으로 북한의 기술력을 파악하거나 북한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잔해 수습을 시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엔이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이라고 비판한 가운데 정찰위성에 중국산 부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 안보리 산하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2014년 연례보고서에서 우리 군이 2012년 인양한 북한 은하 3호 잔해에서 다수의 중국산 제품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 “완전 인양까지는 며칠 더 걸릴 듯”
군은 북한 발사체의 잔해 인양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난구조전대(SSU) 소속 심해잠수사들을 투입해 수심 75m 펄에 가라앉은 잔해(길이 15m) 둘레를 지름 2cm 굵기의 고장력 밧줄로 삼중사중으로 결박하는 작업은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의 대형 케이블로 잔해를 수면 밖으로 끌어올리는 작업만 남은 셈이다.

군 소식통은 “잔해에 결박된 케이블의 장력을 꼼꼼히 체크하는 등 철저한 사전 점검을 거쳐 최종 인양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며 “완전히 인양할 때까지는 며칠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은 잔해가 인양되면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로 옮겨 정밀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앞서 한미 국방장관은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가진 회담에서 잔해에 대한 공동조사에 합의한 바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