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임신일기 3 (어차피 나올 거면서, 왜?) /양자윤 지음/324쪽·2만 원·향출판사
자궁문이 1㎝도 열리지 않았는데 진통이 시작된 양자 씨. 무통관을 꽂을 때 다리에 마비가 왔는데도 ‘원래 좀 뻐근하다’는 의사의 차가운 응대와 마주한다. 갑자기 떨어진 심박수를 우연히 본 남편 ‘달팽이 영감’ 덕에 산소 호흡기까지 써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애타게 기다린 무통 주사를 맞았지만, 호흡곤란으로 5분 만에 응급 수술에 들어간다.
5년을 꼬박 기다리다 ‘아기는 내 인생에 없나 보다’ 포기한 순간 양자 씨에게 기적같이 아기가 찾아왔다. 기쁨도 잠시, 분노할 일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작가 자신의 캐릭터인 양자 씨는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세계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신비주의를 고집한다고 꼬집는다. 귀엽게 볼록 나온 배, 사랑스러운 아기와의 교감, 성스러운 모성애 등. 온통 사랑스럽고 성스러운 것들에 가려진 기미, 튼살, 듣도 보도 못한 통증, 널뛰는 감정, 배려 없는 사람들, 따가운 시선, 기함하게 비싼 아기용품에 대한 것들은 아무도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작가는 미리 안다고 해서 힘들고 아픈 것이 덜하진 않겠지만, ‘분노의 임신일기’를 읽고 아주 조금이라도 단단해진 마음으로 아기를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 이 책은 작가가 직접 몸을 부딪쳐 가며 빚어낸 임신 그림 에세이다.
이번 ‘분노의 임신일기’ 3권에서는 출산하는 순간과 아기 엄마들의 산후조리원 생활, 이제 막 시작하는 육아에 큰 힘이 돼준 산후 도우미와 함께한 시간 등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뜨거운 모성애로 아이는 물론 인류 좀 구할 줄 알았으나 자신의 평화와 안녕이 무엇보다 먼저임을 깨달은 양자 씨,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만 심각하게 느린 달팽이 영감의 이야기가 담긴 박장대소 그림 에세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