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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공장 설계 빼돌려 中에 ‘복제공장’ 건설 시도

입력 | 2023-06-12 13:16:00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똑같은 공장을 구축하려 한 전 삼성전자 상무가 구속기소 됐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12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전 삼성전자 상무 A 씨(65)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A 씨가 세운 중국 반도체 제조 업체 직원 5명과 설계 도면을 빼돌린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1명 등 6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 씨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설계도면 등을 부정 취득·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반도체 공장의 BED는 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공간에 불순물이 침투하지 않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공정 배치도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8대 공정의 배치, 면적 정보가 적혀있는 도면이다. 이들 모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된다.

A 씨는 1984년부터 삼성전자에 입사해 18년 동안 일하며 반도체 분야 상무를 거쳐 SK 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내며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권위자로 불린 인물이다. 그는 이같은 이력을 바탕으로 중국·대만의 수조 원대 자본을 투자받아 중국·싱가포르에 반도체 제조 회사를 설립했다.

A 씨는 중국 청두시에서 약 4600억 원의 자본을 투자받아 중국에 반도체 제조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대만의 전자제품 생산업체 B 회사로부터 자본 약 8조 원을 투자받기로 하고 싱가포르에 C 회사를 설립한 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 200여 명을 고액 연봉으로 영입했다.

A 씨는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삼성전자 공장과 똑같은 ‘복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사용하도록 적극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삼성전자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 등 6명도 이 지시에 따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부정 취득해 무단 사용하는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다행히 B 회사가 A 씨에게 약정한 8조 원 투자가 불발되면서 공장이 실제로 건설되진 않았다. 다만 A 씨가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 원을 투자받아 만든 반도체 제조 공장은 지난해 연구개발(R&D)동을 완공해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기술 유출로 삼성전자가 최소 3000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검찰 관계자는 반도체 ‘복제 공장’을 중국에 그대로 지으려고 했다는 것과 관련해 “개별적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과는 범행의 규모나 피해 정도 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