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野 체포동의안 반대표…‘한동훈 발언’에 “모욕감 느꼈다”

입력 | 2023-06-12 17:34:00

한 “돈 받은 사람들이 체포 여부 결정…불공정”
고성 터져 나와…"범죄집단 매도에 분위기 바뀌어"
"고단수에 당한 것” 우려도…방탄 프레임 불가피




당초 가결 전망이 우세했던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야당 의원들의 무더기 ‘반대표’에 힘입어 부결됐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추가 제출 가능성에 표결 직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발언이 겹치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극을 받아 부결에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장관은 12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윤·이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범죄 사실의 핵심은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 대가로 민주당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체포동의안들의 표결 결과를 보면 그 약 20명의 표는 표결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며 “돈 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 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이후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범죄 혐의만으로 정당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의 정치적 발언으로 모욕감을 느꼈다는 의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이 많은 의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연락해 우리 당을 범죄집단을 매도하는 데 상당히 모욕적이었다는 분도 있었다”며 “당론을 모은 건 아니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소속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한 장관이 말을 잘못했다. 역으로 민주당 의원들을 상당히 자극한 것 같다”며 “가결이 우세하다고 봤는데 부결로 돌아선 이유인 듯하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의도가 담긴 발언으로 ‘방탄 정당’ 프레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적극 활용해 왔다.

당내에서도 이러한 ‘방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 2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는 예상보다 이탈표가 많이 나오면서 당 내홍이 한동안 이어지기도 했다. 그쯤부터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사퇴론’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한 장관이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 같다. 범죄집단화에 의원들이 흥분하면서 고단수에 넘어간 듯하다”며 “방탄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한번 기각되면 검찰에도 엄청난 타격이었을 것”이라며 “당초 정당법 자체에 대한 사안이 구속까지 갈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들이 많았는데, 의원들이 정무적 판단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이번에 부결시키지 않으면 앞으로 돈 봉투 의혹과 관련된 검찰의 추가 체포동의안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부결에 힘이 실린 이유로 보인다. 한 장관이 주장한대로 약 20명의 연루 의원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부패 정당’ 오명을 쓸 수 있다는 거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돈 봉투 의혹 건으로 민주당을 계속 들쑤실 게 분명하다는 인식이 공유됐고, 따라서 방탄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초기와 달라졌다는 의견도 있다.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검찰의 야당 탄압이 과도하다는 당내 기류 변화도 읽힌다.

실제로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다수의 의원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장하는 발언에 나섰다고 한다.

인천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체포동의안에 대해 4~5명 정도 이야기를 했다”며 “검찰이 너무 심하다. 검찰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검찰이 완전히 국회를 사냥터로 생각하는데 우리가 사냥감인가. 당대표가 단식이라도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윤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 결과는 재석 293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45명, 기권 9명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의 경우 재석 293명 중 찬성 132명, 반대 155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112표)과 정의당(6표), 시대전환(1표) 등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부결에 투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