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유료화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힌 직후 오히려 구독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 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유료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넷플릭스의 돌파구가 오히려 구독자 이탈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를 조금씩 떨쳐내는 모양새다.
출처=넷플릭스
구독경제 전문 시장조사기관 안테나에 따르면 미국 내 넷플릭스 구독자는 지난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일평균 7만 3000건 늘었다. 이는 이전 60일 평균보다 102% 증가한 숫자다. 안테나는 특히 26일과 27일에는 구독자가 하루에 10만 명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23일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 본격 시행한다고 밝힌 직후에 오히려 가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안테나 측은 이같은 구독자 증가세가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넷플릭스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2020년 3월과 4월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앞서 이달 23일부터 넷플릭스 계정을 타 가구와 공유 중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넷플릭스 계정은 오직 한 가구만을 위한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는 메일을 보냈다. 넷플릭스는 가구 외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하고 싶다면 월 7.99달러(약 1만 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도 안내했다. 넷플릭스가 올해부터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던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을 알리는 내용이다. 미국 외에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103개 국가가 시행 대상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구독자들에게 보낸 '계정 공유 유료화' 안내 메일.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 계정은 약관상 한 가구, 즉 같은 집에 동거하는 구성원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다. 가족이더라도 같은 집에서 거주하고 있지 않다면 계정 공유가 금지된다. 그러나 이런 약관이 무색하게도, 가구 외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하는 경우가 전 세계적으로 1억 가구 이상인 것으로 넷플릭스는 추산한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지난해 일부 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전 세계로 확대할 것을 예고했었다. 가입자 증가 둔화와 수익성 악화를 계정 공유를 수익화함으로써 돌파하려 한 셈이다.
반발도 있었다. 일부 시범 테스트 국가에서 구독 취소 사례가 나타나자 넷플릭스는 정책 적용 시기를 올해 1분기 말에서 2분기로 한 차례 미뤘다. 이달 초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넷플릭스 구독 취소(CancelNetflix)’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넷플릭스 구독 취소를 인증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 출처=넷플릭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초기에는 구독 취소 등 반발이 있겠지만 계정을 빌려 쓰던 사람이 신규 가입하고, 기존 가입자들이 추가 요금을 지불함에 따라 구독자 수도 수익도 모두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바 있다.
넷플릭스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정 공유 유료화와 함께 꺼내 들었던 ‘광고 요금제’도 여러 우려와 달리 순항 중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한국 등에 1시간마다 4~5분 정도 광고를 보낸 대신 월 55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저가 요금제 ‘광고형 베이식’을 출시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가 전 세계에서 끌어들이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약 500만 명에 달하며, 광고 요금제가 출시된 국가의 신규 구독자 중 25%가 이 요금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