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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을, ‘리턴매치’? 안철수의 분당갑, 이재명의 계양을도 ‘핫플’…수도권 총선 여기서 갈린다②[한상준의 정치인사이드]

입력 | 2023-06-13 14:00:00


매 총선마다 수도권 대다수 지역구에서는 거대 양당의 치열한 맞대결이 펼쳐지지만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처럼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공고한 지역도 수도권 곳곳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각 당의 텃밭이라고 해서 갈등의 불씨가 없는 건 아니다. 특정 정당의 강세 지역구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생각으로 치열한 내부 전투가 예상되는 상황.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절대 우세 지역’으로 분류하는 지역구의 공천은 결국 정당 내부의 역학 관계가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⓷ 서울 동작을(현역 의원: 민주당 이수진)
서울의 한강 이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동서 지역의 표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동쪽의 ‘강남 3구’는 국민의힘의 강세 지역이었고 금천부터 구로, 영등포, 관악구로 이어지는 서부 지역은 민주당이 우세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동작구가 있다.

동작구 중에서도 동작을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판사 출신 여성 후보 간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는 당시 현역인 나경원 후보가 나섰고, 민주당은 부장판사 출신의 이수진 후보를 내세웠다. 투표 결과 이 후보가 52.16%를 얻어 45.04%를 얻은 나 후보를 제쳤고, 민주당은 17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동작을을 탈환했다.

내년 4·10총선을 앞두고 이 지역구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건 두 사람의 ‘리턴 매치’가 성사될 것인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자리에 후보로 거론되던 나경원 전 의원은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비교적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나 전 의원은 1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에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나 전 의원은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했다. 그러나 친윤(친윤석열) 진영 의원들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대통령실까지 ‘나경원 찍어내기’에 동참했다. 고심하던 나 전 의원은 결국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의 공천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당대회 불출마 뒤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나 전 의원은 지역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나 전 의원이 우선 국회에 복귀한 뒤 다음 행보를 모색하기로 결심했다”며 “특정 진영이나 인사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력으로 국회에 진출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봉사단체인 ‘나봉이(나랑 함께 봉사단)’ 출범을 알리며 지역 봉사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이 당의 주류인 친윤 진영과 갈등을 빚었다면, 경쟁자였던 이수진 의원은 민주당의 핵심이 된 친명(친이재명) 진영 쪽으로 다가갔다. 이 의원은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모임인 ‘처럼회’의 멤버다. 검찰 개혁과 판사 탄핵에 앞장섰던 그는 강성 지지층의 지원을 믿고 지난해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컷오프(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고성 질의’ 등으로 논란이 됐던 것도 컷오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강경 지지층인 ‘개혁의 딸(개딸)’과 손잡은 처럼회는 비명(비이재명) 진영으로부터 해체 요구까지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야당 의원은 “나 전 의원과 이 의원의 공천 여부는 여야의 총선 전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이라며 “동작은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중도층 표심까지 고려해 공천을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⓸ 경기 성남 분당갑(현역 의원: 국민의힘 안철수)
‘천당 아래 분당.’ 과거 여권에서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를 두고 이런 말이 나왔다. 1기 신도시의 대표 지역인 분당은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리며 보수 표심의 강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분당갑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단독 선거구로 신설된 이후 국민의힘의 강세가 계속됐다. 민주당이 분당갑에서 승리의 깃발을 꽃은 건 2016년 20대 총선 한 번뿐이었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내주긴 했지만, 국민의힘은 21대 총선에서 곧바로 분당갑을 탈환했다. 분당갑에 당선됐던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지난해 6·1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면서 의원직을 내려놓았고, 안철수 의원이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처럼 국민의힘의 텃밭인 분당갑이 주목받는 건, 여권의 내부 권력 지형과 직결된 곳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안 의원의 재출마 여부다.

이미 여권 내부의 갑론을박은 시작됐다. 몸은 대구에 있지만, 여의도의 각종 현안에 대해 끊임없이 훈수를 두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3월 대구시청 출입기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분당갑은 원래 안 의원 집이 아닌 셋집이라 원주인인 김은혜가 달라고 하면 내줘야 한다”고 했다. 내년 4·10총선에서는 김은혜 홍보수석이 다시 분당갑에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홍 시장은 안 의원에 대해서는 “갈 데는 (안 의원의 옛 지역구인) 노원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분당갑 지역에 재출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 의원은 8일 MBC 라디오에서 “재·보궐선거로 들어온 사람이 또 지역구를 바꾸는 것은 주민에 대한 예의나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분당갑이 논란이 된 건 국민의힘 3·8전당대회도 영향을 미쳤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안 의원은 친윤 진영과 대통령실의 집중적인 견제 속에 결국 결선투표도 가지 못하고 패배했다. 이와 관련한 한 중진 의원이 말.
“전당대회에서 그렇게 안 의원을 몰아세우더니, 공천까지 안 준다면 유권자들이 우리 당을 어떻게 보겠나? 김 수석도 만약 총선에 나간다면 차라리 이웃한 분당을로 가서 민주당 후보를 꺾겠다고 해야 명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권 내에는 전혀 다른 기류도 있다. “안 의원이 한 말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의 진단.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 의원이 여러 차례 ‘당이 원하면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당 대표가 안 됐다고 안전한 분당갑에 또 나가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또 여느 초·재선 의원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안 의원은 대권을 꿈꾸는 사람 아니냐. 만약 안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험지에 나가 생환하면 확실한 여권의 차기 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
결국 여당의 분당갑 후보 공천은 친윤 진영의 영향력, 차기 대선 구도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⓹ 인천 계양을(현역 의원: 민주당 이재명)
분당이 여당의 강세 지역이라면, 인천 계양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1995년 구(區)로 독립한 계양구는 2000년 16대 총선부터 독립 선거구가 됐고, 2004년 17대부터 계양갑·을로 나뉘었다. 민주당은 2010년 당시 송영길 의원의 인천시장 출마로 치러진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잠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내준 걸 제외하면 20년 넘게 계양 지역을 독식해 왔다.

특히 계양을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아성을 구축한 곳이다. 송 전 대표는 16대 총선을 시작으로 계양을 지역에서만 5차례 당선됐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6·1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았고, 계양을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가 됐다. 결국 계양을 지역이 주목받는 건 여야의 대결 구도가 아닌 민주당 내부의 권력 관계, 더 좁혀 말하면 이 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 때문이다.

내년 총선 공천권 등을 둘러싼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 진영 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 대표 측은 “계양을에 다시 출마하겠다”, “출마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없다” 등의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계양을에서 재선에 도전하면서 ‘총선 핵심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를 진두지휘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명 진영의 기류는 다르다. 한 비명 진영 의원의 말.
“이 대표가 지난해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도 수도권 지방선거 챙기겠다고 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됐나?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이 대표가 계양을에 나선 것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이 대표 본인은 국회에 입성했지만, 다른 수도권 선거는 참패했다. 내년 총선에는 차라리 험지로 뛰어드는 게 더 명분이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여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계양을은 당에서도 어려운 지역으로 보기 때문에 미리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나서면 맞대응 카드로 ‘빅 매치’를 만들어 볼 필요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는 이 대표에게 패하긴 했지만 44.75%를 얻었다. 2010년 보궐선거를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계양을에 출마한 보수 정당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의 선전은 곧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며 “이 대표가 출마한다면 우리도 중량급 후보를 내세울 경우 파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의 행보에 따라 계양을이 앞으로 더 뜨거워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