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사진을 잘 찍히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촬영 현장이라는 건 경험 없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환경이다. 카메라 앞에서 좋은 표정을 짓기도 쉽지 않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건 현장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에디터의 부담이자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지난 직업 경험상 확신하게 되었다. 잘 찍히는 것도 재능이다.
찍히는 게 직업인 연예인마저도 피사체로의 재능에는 편차가 있다. 5년 전 만난 어느 연예인은 인터뷰를 할 때는 큰 재미가 없었지만 그의 포즈와 분위기만은 멋졌다. 반면 몇 달 전 본 다른 연예인은 언제 가도 똑같은 식당처럼 포즈가 똑같았다. 그와의 인터뷰 역시 수십 년째 똑같은 식당의 음식 맛처럼 편안했으나 문제는 지금이 최첨단 시각 이미지 시대라는 것이었다. 사진 찍히는 능력을 개발하지 못하면 뒤처질지도 모른다.
보통 촬영을 할 때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부탁한다. 자연스러운 미소 종목의 예술점수와 기술점수가 있다면 아직 서양이나 선진국이 앞선다. 여유와 유머가 교양이고 멋임을 아는 대륙 사람답다. 한국을 찾은 유럽 최고경영자(CEO)나 현지인은 상황에 따라 파안대소나 재미있는 설정을 요구해도 보통 잘 받아준다. 일본인들도 자의와 타의 사이의 일본풍 미소가 있고, 한국계 미국인들도 한국인과는 다른 느낌으로 잘 웃는다. 자연스럽게 웃는 한국인 피사체를 본 기억은 별로 없다. 그 결과 2010년대의 독립 잡지나 출판물에는 카메라를 안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찍은 사진이 많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위한 우회책이다.
나는 촬영을 진행해온 지난 십수 년 동안 수많은 사진가에게 사진 잘 찍는 법을 물었다. 답은 거의 비슷했다. 많이 찍어보라. 반대 입장도 같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워지려면 사진을 많이 찍혀보면 된다. 지금 젊은이들은 한반도의 역사 이래 가장 많은 수의 렌즈에 노출되어 있다. 고성능 렌즈가 내장된 스마트폰 보급률은 사실상 100%, 모두가 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SNS 시대다. 그에 호응하듯 ‘시현하다’나 ‘인생네컷’ 같은 사진 서비스는 한때의 인기를 넘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분위기다. 자기 이미지 관리가 삶의 일부가 된 시대의 초상다운 트렌드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20대들은 얼굴 찡그리기, 하늘로 V 사인 보내기를 하지 않고도 더 자연스럽게 웃는 것 같다.
다시 공항이 북적이는 지난주 오랜만에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면세 구역에 가니 사진을 찍어주는 로봇 앞에서 젊은 여성 두 명이 마주 서 있었다. 두 여성은 인생네컷 기계 앞에서처럼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한국인이라. 새 시대를 눈앞에서 본 것 같았다.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